이 사건을 수사 중인 포천경찰서는 이날 “범행에 쓰인 연막탄의 일련번호를 추적한 결과 이 연막탄이 경기북부 포천의 모 부대에 보급됐던 것으로 확인돼 군 당국과 함께 정확한 출처와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군은 1998년 만들어져 육군 모 군단에 보급된 연막탄 545발 가운데 320발의 사용처가 확인했지만 나머지 225발은 사용 여부, 재고 숫자 등이 장부와 일치하지 않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포천을 비롯해 연천, 가평 등 인근 지역의 흰색 뉴EF쏘나타 소유주 3500여명과 포천지역 부대 소속 군인 가운데 범행 차량과 같은 종류의 승용차를 소유한 군인을 대상으로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건 발생 50여분 전 범인들이 탄 차량이 목격된 포천군 이동면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범인들이 사전에 답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북면 일대 농축협과 우체국 등의 폐쇄회로(CC) TV 녹화 내용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범인 가운데 한 명으로 추정되는 175∼180㎝의 키와 둥근 얼굴에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 남자의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에 배포했다.
▼'종이 번호판' 위장… 연막탄 터뜨려 도주…▼
포천 농협 총기강도 범인들은 범행 1시간반 전부터 자신들이 이용한 차량 번호판을 흰색 종이로 가리고 이동하는 대담함과 치밀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차량을 이용한 범행의 경우 훔친 차를 이용하거나 번호판을 바꿔 다는 등의 수법이 쓰이지만 이들은 ‘1785’라는 번호만 컴퓨터로 출력한 흰색 종이를 앞뒤 번호판에 붙이고 다닌 것.
이에 따라 경찰은 범행에 쓰인 차량의 도난 여부나 실제 소유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범인들의 치밀함은 범행 시간과 장소 선택에서도 잘 드러난다.
농협이 영업 마감을 앞두고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한 시간대를 택했고 범행을 위해 농협 안에 머문 시간이 불과 1분30초로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또 범행 직후 골목에서 군용 연막탄을 터뜨려 인근 목격자들이 범인들의 수조차 제대로 알 수 없게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으나 사설 경비업체와만 연결돼 있었고 직원들이 당황한 나머지 이마저도 제때 누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10여분 뒤 비상령을 내리고 검문을 실시했으나 범인들이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로에는 검문소가 없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또 차량으로 15분만 달리면 남양주나 서울 등으로 빠져나가는 도로와 연결돼 범인들이 도주로까지 치밀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총기로 무장한 범인들을 검거하기 위해 설치된 경기도 내 주요 검문소에서는 경찰관들이 ‘경광등’만 들고 검문검색을 해 총기 강도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이 치밀하게 범행을 사전 준비해 좀처럼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