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전반적인 대회운영 부실과 AG조직위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부산시민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남북교류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참가 44개국 별 500∼2000여명으로 구성된 서포터스는 각 경기장을 찾아 다니며 꽹과리 등을 치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으며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을 전통 음식점으로 데려가 부산의 먹거리까지 소개했다.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서포터스는 선수단에게 식사 초대는 물론 토산품 등 각종 기념품을 제공했고, 인도네시아 서포터스는 선수단 150명을 공연장으로 초청해 시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토록 하는 등 ‘부산 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오랜 전란의 아픔을 겪었던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신생국 동티모르 선수단에 대해서는 열과 성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북측 선수단이 참가하고 북측 응원단이 여러차례 공연을 펼치는 등 남북 교류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남북한 선수단이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들고 단일 복장으로 공동입장한 것이나 ‘북 미녀 신드롬’을 가져온 다양한 응원이 남북의 관계를 더욱 성숙시킨 계기가 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대회기간 인공기 사용에 별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북한을 자연스럽게 대하려는 우리 사회의 성숙된 이미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활동장소를 경기장과 선수촌, 만경봉-92호로 제한하고 외부 접촉을 기피하는 북측의 폐쇄적인 태도가 아쉬움을 남겼다.
95년 대회 유치 이후 부산에는 7년여 동안 6조6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각 경기장 건설과 각종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도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앞으로 부산의 국제적 위상제고와 지역기업 제품의 신뢰도 상승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AG를 통해 최소 10조원대의 경제적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협회 부산지부는 부산AG 참가 36개국의 바이어 5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가 대회 개최가 지역상품의 수출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연간 4억달러를 넘는 수출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국제신발섬유전시회와 조선기자재 전시회, 모터쇼 등 부산의 특화산업 관련 국제전시회를 더욱 내실있게 운영하고,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직위의 일부 직원들은 업무 수행 능력과 안전 통제, 선수단의 교통편 지원, 취재진을 위한 통신 시설 및 자원봉사자 운영 등의 분야에서 수준 이하의 자질을 드러냈다.
선수와 임원진, 취재진 등이 문의를 하면 대부분 다른 부서로 책임을 미루기 일쑤였다.
경기가 부산 외에 창원 울산 등에서 분산 개최되는데도 조직위는 셔틀버스를 탄력성 있게 배치하지 않아 선수들이 길거리에서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리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북한과 관련해 조직위와 관계당국의 지나친 통제로 국내외 기자들의 거센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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