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휩싸인 축산농가〓또다시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곳은 처음 발생한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노모씨(46)의 농장에서 6㎞ 떨어진 길상면 선두리.
두 곳의 돼지콜레라 발생으로 반경 500m 이내의 농장 2곳에서 키우던 돼지 4669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또 반경 10㎞ 이내에 있는 약 4만5000마리의 돼지를 대상으로 역학조사가 실시되면서 사실상 강화지역의 거의 모든 돼지들은 ‘이동 통제’를 받고 있다.
인천시 방역 담당자는 “강화지역의 돼지는 8일부터 외부로 반출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최소한 40일간 이 같은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군 화도면 내리에서 돼지를 키우는 김학선(金學善·54)씨는 “6개월가량 키운 돼지를 최상품으로 치는데 출하 통제기간이 길어지면 돼지 값이 뚝 떨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등산객들로 북적이던 마니산은 주말과 휴일인 12, 13일 인적이 뚝 끊겼다. 이동통제소가 설치된 마니산 인근 장흥저수지 등에도 낚시꾼들이 거의 찾지 않고 있어 강화지역 주민들은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허술한 방역체계〓농림부와 인천시는 돼지콜레라 발생 직후 노씨 농장을 기준으로 3㎞ 이내를 위험지역, 10㎞ 이내를 경계지역으로 정해 긴급 방역작업에 나섰다. 11일에는 이들 지역에서 표본 추출한 447마리의 혈청검사 결과 콜레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음성 판정 발표 사흘 만에 노씨 농장에서 6㎞ 떨어진 한모씨(65)의 농장에서 또다시 돼지콜레라가 확인됨으로써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씨가 돼지들을 호흡기 이상 증세로 판단해 자가 치료만 하다 뒤늦게 신고했다”며 “강화에서 돼지 이동을 금지하면서 방역작업을 축산농가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경계지역 내에 14곳의 통제소를 설치해 주요 길목에서 차량에 대한 소독작업만 하고 있다. 축산농가들도 당국에서 약품을 지원받아 하루 두 차례 자체적으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