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갈등은 동상 소유주와 동상이 위치한 땅의 소유주가 다르기 때문에 빚어졌다. 현재 동상 소유주와 관리 주체는 종로구인 반면 땅(약 170평)의 소유주는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사무소. 창덕궁사무소는 2000년부터 동상 이전과 국유지 반환을 요구해왔고 종로구는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지 못한 채 계속 국유재산 무상 사용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창덕궁사무소는 올 들어 5차례나 동상 이전 및 국유재산 반환을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종로구에 보냈다. 임금이 살았던 궁궐 앞에 신하의 동상이 있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일인데다 종로구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덕궁사무소는 종로구가 올해 안에 동상을 이전하지 않으면 국유지 반환 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종로구는 “민영환 선생이 자결했던 인사동에 광장을 만들어 옮기거나 생가 터가 있는 견지동 조계사로 옮기고 싶지만 장소 확보가 여의치 않아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연고가 없는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창덕궁관리사무소측은 “굳이 인사동을 고집하려는 것은 시간 끌기 작전 아니냐”고 반박했다.
조각가 윤효중(尹孝重·1917∼67)씨가 만든 이 동상은 1957년 안국동사거리에 세웠다가 1970년대 초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2000년 9월 종로구가 동상 주변을 단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자 창덕궁은 1년 후까지 동상을 옮기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한 종로구가 올 4월 창덕궁에 국유지 무상 사용 승인을 신청하자 창덕궁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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