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부가 국내 미군 기지촌의 자국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필리핀대사관은 16일 “동두천 기지촌 주변 미군 클럽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신해 업주를 상대로 착취, 윤락강요, 감금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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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필리핀대사관 레이델루스 콘페리도 노무관은 “학대당한 여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 소송은 개인간의 소송이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건 변호를 맡은 이상희(李相姬) 변호사는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여성 상당수가 기지촌 등지로 팔려가 인권사각지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며 “소송가액은 1인당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3월초 예술흥행(E-6) 비자로 입국한 뒤 경기 동두천 C클럽에 취업한 필리핀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당한 상태에서 윤락을 강요받았으며 업주의 폭행에 시달리면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국제이주기구(IOM) 한국사무소는 조만간 여성부와 합동으로 기지촌 주변 등 한국내 외국 여성의 성 착취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한국은 2000년 6월 군산 윤락가 화재사건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미 국무부로부터 ‘3등급 인신매매 단속국’으로 평가받았다가 6월 1등급으로 복귀한 바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