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숙씨 ˝정균환 총장 보는 앞에서 결재˝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9시 00분


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에 매수돼 96년 장학로(張學魯)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비리를 폭로했다고 주장하는 백혜숙씨(44·여)는 16일 “99년 6월과 9월 두 차례 받은 4000만원은 국민회의의 공식 결재를 거친 당(黨) 자금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당과 무관한 개인 돈”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매수 과정에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백씨는 또 “올해 1월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신문고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8월 보내 온 회신 서류에는 99년 6월 3000만원을 받고 당 관계자에게 써준 영수증이 첨부되어 있었다”며 “이를 볼 때 청와대도 매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이날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99년 3월경 국민회의 당사를 찾아가 잔여금 지급등 ‘약속 이행’을 요구하자 당시 범모 민원실장이 ‘윗사람들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 사무실을 함께 방문했다”며 “정 총장이 없는 자리에서 그의 보좌관이 약속 이행서에 도장을 찍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균환 민주당 의원은 16일 “사무총장 시절 민원인이 너무 많아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백씨가 보는 앞에서 서명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당의 고위당직자들이 민원인 앞에서 고액을 결재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500만원 이상의 금액은 당 대표가 결재해야 되는데 백씨와 관련된 결재가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어 6월 국민회의 당사 부근 커피숍에서 익명의 직원을 만나 종이백에 담긴 현금 3000만원을 받았으며 9월에는 민원실의 국장급 간부로부터 사무실에서 신문지로 싼 현금 1000만원을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백씨는 “장학로씨 비리를 폭로하고, 또다시 소송을 내 장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게 돼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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