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현 일본에 다시 태어나다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14분


이수현씨의 부모가 부산 성지곡공원에 세워진 이씨의 기념비를 쓰다듬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수현씨의 부모가 부산 성지곡공원에 세워진 이씨의 기념비를 쓰다듬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우리 애는 곁을 떠났지만 장학금 수여식에 와 보니 내 아들이 일본에서 다시 태어난 느낌입니다.”

17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이수현(李秀賢)현창(顯彰)장학회’의 첫 번째 장학금 전달식에서 고 이수현씨의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3)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학회 명예회장인 이씨와 부인 신윤찬(申潤贊·51)씨는 “유학생들을 보니 마치 아들을 보는 느낌이 든다”면서 “아무쪼록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수현이가 못 다한 꿈을 이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일본 각지의 일본어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외국인 학생 93명에게 전달됐다. 금액은 한 학기에 15만엔(약 150만원)씩 지급되며 매학기 100∼120명 정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장학금 재원은 이씨의 부모가 기증한 1억원과 이씨가 다녔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 등에 들어온 위로금 약 3억원 등으로 조성됐다.

장학회 회장을 맡은 다니노 사쿠타로(谷野作太郞) 전 중국대사는 장학생들에게 “이씨는 좀처럼 감동받을 일이 없는 일본 땅에 의로운 행동을 통해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면서 “젊은 여러분이 일본어를 열심히 익혀 21세기에 있어서 일본과 아시아 각국을 잇는 다리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고 이수현씨는 고려대 무역학과에 다니다 일본에 건너와 일본어를 공부하던 중 지난해 1월 16일 도쿄 시내의 한 전철역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철로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일본의 한 카메라맨과 함께 철로에 뛰어내려 승객을 구해냈지만 달려오던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26세의 한창때였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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