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대가 발표한 2003학년도 박사과정 전기 모집 지원현황에 따르면 모집인원 1124명에 960명이 지원해 전체 경쟁률이 0.85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기(0.90 대 1)와 후기모집(0.77 대 1)을 통틀어 0.89 대 1을 기록했다. 석사과정은 1.7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사과정은 자연대가 121명 모집에 69명이 지원, 0.5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인문대 0.66 대 1, 약학대 0.45 대 1, 공대 0.8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18개 단과대 가운데 절반이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었다.
특히 인문대는 15개 모집 단위 중 언어학과와 종교학과를 제외한 13개 학과가 미달됐으며 서어서문학과와 고고미술사학과 등 2개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자연대는 9개 모집 단위 중 물리학과만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을 뿐 나머지 모집 단위는 1 대 1을 기록했거나 미달이 발생했다.
이 같은 미달사태는 대학 등이 ‘서울대 출신 박사’ 보다 ‘해외파’를 중시해온 탓도 있다는 지적.
2000년 말 현재 서울대 전체교수 1438명 중 최종학위를 국내에서 받은 ‘국내파’는 553명으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이마저 의대와 치대를 제외하면 국내파는 2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대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씨(25)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 받으면 잘 해야 지방대 교수밖에 하지 못한다”며 “자연대는 장학금 받고 외국에서 공부하기가 공대나 다른 단과대에 비해 쉽기 때문에 유학을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의 박모씨(27)는 “기업체에서는 서울대 박사를 유학파 석사와 비슷한 대우를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 정원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 것도 미달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92년 서울대 박사과정의 정원은 2341명이었지만 2002학년도에는 2960명으로 늘어났다. 유영제(劉永濟) 입학관리본부장은 “지원자 수는 늘지 않는데 연구중심 대학 육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대학원 정원이 늘어난 것도 미달 사태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