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시 '오락가락' 수험생만 골탕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15분


전국 19개 외국어고가 11월 초 2003학년도 신입생 선발전형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내 일부 외국어고의 입시 출제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출제방식 돌연 변경〓서울 M외국어고는 19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듣기 평가를 수학 사회 등의 내용이 포함된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단순 영어듣기로 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는 31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해 11월8일 일제히 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들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측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수험생 김모군(15)은 “바로 1주일 전까지도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입시요강을 이제 와서 바꾸면 어떡하느냐”며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 살다가 귀국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만 유리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이에 대해 M외국어고측은 “최근 시교육청에서 통합교과형 문제를 어렵게 낼 경우 강력 제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방침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국어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에 맞게 학생을 모집하라는 것이 교육청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해당 학교가 편법으로 통합교과형 시험을 치르려다 출제방식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해마다 계속되는 혼란〓외국어고 입시를 둘러싼 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는 지난해에는 당초 발표한 전형요강에도 없는 수학 국어 등의 과목에 대한 지필고사를 치렀다가 시교육청의 경고를 받았다.

외국어고 입시는 외국어능력 우수자나 성적우수자 등을 뽑는 특별전형, ‘중학교 내신+영어듣기 평가+구술면접’으로 뽑는 일반전형 두 가지가 있다.

이들 학교는 일반전형 요강에 영어듣기평가와 구술면접만 실시한다고 발표해 놓고 나중에 별도의 필기시험을 치른 것이다.

이들 외국어고는 올 입시에서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영어듣기시험과 구술면접에서 수학 사회 과목 등의 내용을 반영한 통합교과형 문제로 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외국어고들이 교육청 방침과는 달리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하려는 것은 외국어만 잘하는 학생보다 다른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야 대학 진학률이 좋아지고 학교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필고사나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할 경우 사교육이 심화된다”며 금지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이 혼란 조장〓외국어고들이 명확한 선발방침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의 외국어고들은 올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학교별로 입시설명회를 열었지만 다른 학교와 시교육청의 눈치만 보며 구체적인 시험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특목고 입시 전문인 서울 강남의 J학원 관계자는 “학교들이 단순히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한다’고만 발표해 학원들은 기출문제와 대학입시 경향 등의 자료를 분석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학원들은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 합격할 수 있다”며 자신들이 개설한 특강을 수강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학원들이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어떤 학원은 ‘시험문제를 더 어렵게 출제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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