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을까.”(다니엘 크레트)
“엄마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게.”(심푸름)
18일 오후 인천 중구 송월동 심푸름군(11·송월초등학교 5학년)의 집에서 심군과 호주 멜버른에서 온 다니엘 크레트(13)가 컴퓨터에 설치된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겹게 ‘사이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은 6일 한국을 찾은 크레트군이 2주간의 교환학습을 마치고 고국으로 떠나기 전날. 이들은 온 종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깡통차기와 컴퓨터게임 등으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듯 했다.
심군은 3년간 영어학습을 꾸준히 해왔다. 인사말 같은 기초 대화는 자신 있지만 조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회화실력이 달려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고 싶은 말을 나누었다.
심군이 다니는 송월초등학교와 크레트군이 재학 중인 마운틴뷰초등학교는 올 3월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와 교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심군과 크레트군은 3월 호주에서 만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났다. 크레트군과 함께 방한한 5명의 호주 학생들은 한국 방문기간에 다도예절을 배우고 경주와 독립기념관, 용인 민속촌, 인천 영종도 교육과학연구원 등을 다녀왔다. 또 전통혼례식, 부채춤 등을 선보인 가을운동회를 한국 학생들과 함께 즐겼다. 학예발표회에서는 자신들이 안무한 무용과 영상자료를 통해 호주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크레트군은 “한국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착해서 좋다. 그러나 모두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송월초등학교의 컴퓨터실과 도서실에 있는 60여대의 컴퓨터에는 엘엔아이소프트가 기증한 영어 자동 번역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두 학교 학생들은 수시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있다.
송월초등학교 정갑순 교장은 “적은 비용이지만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지구촌 문화’를 학습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먼저 컴퓨터로 양국 문화를 이해한 뒤 흥미를 가진 학생들끼리 교환학습을 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중국어 특기 적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7, 8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의 사립학교 학생들과 교환수업도 가졌다. 교환 홈스테이를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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