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평가 내용〓읽기는 단어와 그림 연결하기, 방송 시간표 내용에 대한 질문, 버스노선 안내판 보기, 알맞은 접속어 고르기, 비슷한 말 찾기 등 일상 생활에서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할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쓰기는 어법에 맞게 쓴 문장 고르기, 그림에 맞는 단어 쓰기, 기초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 낱말 받아쓰기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기초수학은 ‘사천이백칠십육’을 숫자로 올바르게 쓴 것을 고르기, 시계 읽기, 물건값 계산, 세 자릿수 덧셈 뺄셈, 두 자릿수 곱하기, 숫자 크기 비교하기, 도형 등 기초적인 연산능력과 수학적 개념을 평가하는 데 역점이 두어졌다.
▽어떻게 지도할까〓교육부에 따르면 4월 현재 초등 4학년∼고1학년 학생 446만여명을 대상으로 기초학습부진 판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1%인 5만명이 읽기 쓰기 셈하기에서 초등 3학년 수준의 기초학습 능력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 학습부진아를 말하며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들을 위해 초등 국어와 수학의 기초학력 보충학습 지도교재 20권을 개발해 학교 단위로 주문 받아 보급하고 있다. ‘무학년제’로 개발돼 학년에 상관없이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공부할 수 있게 구성됐다.
국어의 경우 기초적인 한글 익히기, 독해 위주의 읽기 교재 등 두 가지가 있다. 읽기 교재의 지문은 교과서와 달리 일상적인 동화 등 쉬운 글감을 찾아 실었다.
수학은 기초적인 사칙연산과 초등 교육과정에서 익혀야 할 기초개념을 간추려 재구성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퀴즈도 넣고 스티커, 낱말카드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읽기, 쓰기, 셈하기는 쉬운 교재로 기초부터 천천히 반복 학습을 해야 하지만 너무 반복만 하면 학업 수준이 굳어질 수 있어 학생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지도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재분(李在分) 연구위원은 “지능적인 학습장애인지, 정상이지만 학습결손이 누적된 것인지 판별해 교수법을 달리해야 한다”며 “하나를 못한다고 다 못하는 것으로 간주하지 말고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정 협력해야 효과〓서울 S초등학교 박모 교사는 “학습부진아에게 방과후에 보충학습을 시키려 해도 학부모들이 ‘학원에 가야 한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초학습 부진아는 학교는 물론 부모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부진아는 1차적으로 담임교사가 아침, 방과후에 지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담임교사가 붙잡고 개별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과후에 특별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교육청 허순만(許順萬) 장학사는 “현재 전담 강사 824명이 8000여명의 학습부진아를 월 40시간씩 가르치고 있다”며 “학습부진아는 가정이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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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선생님 나를 존중" 신뢰가 큰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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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학습부진아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도 학습부진아 교육을 위해 많은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뒤처진 공부를 돌봐주는 식이었을 뿐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했다. 문제 유형을 연습시켜 점수를 올릴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학생도 교사도 포기하기 십상이다.
기존 수업의 연장 또는 보충학습 제공 정도로는 학습부진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기존의 교육체제와 수업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실패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학습부진아들은 대부분 정서적으로도 위축돼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 가뜩이나 공부가 싫은 학생들에게 ‘억지 공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가 있다.
따라서 공부에 앞서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감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교사가 자기편이란 믿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공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또 학습부진아들은 학습에 대한 흥미나 학습동기가 약한 만큼 혁신적인 수업 방법이 필요하다. 어려운 용어에 대한 삼행시 짓기, 만화 그리기, 랩 가사 만들기, 노래 가사 바꾸기, 퍼즐 맞추기 등도 좋은 교수학습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학생의 자존심을 상하게 않게 배려해야 한다. 보충학습을 받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싱가포르는 학습부진아에게 가장 우수한 교사를 배정해 지도하고 있고 프랑스는 학습부진아반의 시설이 가장 좋다고 한다. 별도의 지도 공간이 없어 과학실, 가사실 등에서 머리를 숙인 채 학습지를 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학습부진아 교육에 성공한 사례 뒤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아이들에게 열정을 쏟는 훌륭한 교사들이 있다. 어느 교사는 학습부진아를 퇴근시간까지 자기 주위에 머물게 하면서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한 학기가 지나자 아이의 태도가 달라지고 공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지금까지 나에게 이처럼 관심을 쏟아준 선생님이 없었다”는 학생의 감사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교사의 포기하지 않는 마음, 열정, 끈기, 관심이 있으면 학습부진아도 크게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이 화 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지도 성공사례]'까막눈'호준이 특별학습후 책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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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가 담임을 맡았던 이호준군(가명·당시 4학년)은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해 병원에 다니느라 결석이 잦았다. 자연히 공부에도 소홀하게 되면서 국어 수학 등의 기초 학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평소 힘이 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하라고 야단을 칠 수도 없는 상황인 데다 수업을 따라가려는 의지도 약해 안타까웠다. 호준이는 받침이 있는 글씨를 제대로 쓰거나 읽을 줄도 몰랐고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더디고 부정확했다. 수학의 경우 두 자릿수 덧셈과 뺄셈이 어려웠고 곱셈은 구구단을 겨우 외우고 있는 정도였을 뿐 나눗셈은 거의 하지 못했다. 호준이에게는 저학년 수준의 기초학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 별도의 시간을 내 개별지도를 하기로 했다.
아침에는 주로 국어 읽기와 글쓰기를 지도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 중에 단계별 지도가 가능한 것을 골라 매일 한쪽씩 풀게 했다. 그리고 매일 어머니와 함께 일기를 쓰도록 당부했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쉬운 동화책을 읽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써 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수학시간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수준이 낮은 개념원리 중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학습부진아 전담교사와 함께 단계별 교재를 가지고 매일 1시간씩 특별수업을 받도록 했다. 수학책과 수학 익힘책을 활용해 수학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꾸준하게 지도한 결과 몇 달 뒤 호준이의 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맞춤법은 거의 80% 정도 완성됐고 국어시간에 다른 아이들처럼 책을 읽은 뒤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호준이는 수학적 감각이 다소 뒤떨어지는지 수학은 국어에 비해 실력 향상이 좀 더딘 편이었다. 두 자릿수 곱셈과 나눗셈 등이 많이 익숙해졌지만 4학년 수준에는 조금 미달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 5학년이 된 호준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호준이가 이 같은 성취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지도에 협력해 매일 매일 노력해 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습부진아의 지도를 위해서는 담임교사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정과의 연계 지도가 중요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에게 관심을 쏟고 학습 의욕을 북돋아주는 노력을 기울이면 학습부진도 그만큼 빨리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정 운(서울 청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