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동창회 하란 말인가 말란 말인가”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8시 27분


검찰이 올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동창회와 향우회 종친회를 ‘법대로’ 단속토록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폭 완화한 단속방침을 다시 들고 나옴에 따라 연말 동창회 등을 예약한 직장인과 시민들은 또 한차례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29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검 공안1부는 이달 15일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지검 회의실에서 대선 관련 회의를 열고 “선거기간 중 동창회 향우회 등 행사를 법대로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검찰 간부는 “대선 기간에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를 못하도록 한 것은 선거법에 규정된 사항”이라며 “당연히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

이 간부는 특히 “선관위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검찰로서는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원칙대로 법에 따라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관위는 동창회 금지 방침을 밝혔다가 여론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지난달 18일 이를 철회하고 단속 기준도 선거와 무관한 행사는 단속하지 않는 쪽으로 크게 완화했다.

이 검찰 간부는 또 “(선관위가) 선거와 무관한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단속방침을 철회한) 선관위의 결정에 항의하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는 것.

이에 따라 각 경찰서는 관련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내부교육에 나서 “선관위의 입장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나 이를 고려하지 말고 ‘법대로’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검찰과 선관위가 동창회 단속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단속과정에 혼선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장인 정모씨(49)는 “오락가락하는 단속방침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라며 “관련 기관이 하루빨리 방침을 조율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9일 “선거법 개정을 전제로 단속 완화 방침을 냈으나 정기국회 회기 내(11월7일)에 개정되지 않더라도 (선관위는) 현행법을 무리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103조 1항은 “선거기간 중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에서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 조항은 16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낸 의견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받아들여 2000년 2월16일 여야 합의로 법제화한 것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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