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상태에 빠졌던 수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14일. 범행장소 인근에 사는 주민 A씨(59)가 “범행 3시간 전 농협 부근에 주차돼 있던 종이번호판을 단 차량의 보닛 앞부분에 알파벳 ‘EF’가 적힌 원형 엠블럼이 있었다”고 제보했기 때문.
경찰은 이 엠블럼이 9월 이후 출시된 2003년식 뉴 EF쏘나타에만 부착됐다는 사실에 착안, 이 차종이 포천 일대 3개 시군에서 모두 25대가 팔린 사실을 확인해 수사망을 좁힐 수 있었다.
경찰은 또 렌터카 회사를 상대로 차량을 빌린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전모 상사(31·구속)가 차량을 빌려 범행일 전후에 걸쳐 사용한 점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과 군은 전 상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 결국 검거할 수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복면과 운동화 등 유류품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제보로 가능했다.
사건이 발생한 11일 오후 4시경 포천군 대회산리 헬기장 근처로 도토리를 주우러 갔던 박모씨(35)가 “흰색 EF쏘나타 1대가 헬기장 쪽으로 올라갔다가 5분 후 다시 내려왔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색작업 끝에 이를 찾아낸 것.
유류품에서는 전 상사의 체모와 함께 3명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이 가운데 1개의 유전자가 전 상사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후부터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제보는 모두 76건. 이 가운데 13명이 범인들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으며 상당수는 “사건 현장에 2, 3명이 더 있었다”고 말했다.
신정배 포천경찰서장은 “큰 사건일수록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기 마련”이라며 “이번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포천〓황금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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