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과잉진료 및 신용카드거래 거부 여전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4시 07분


단순한 감기 증상인데도 병명을 고치거나 주사제를 지나치게 많이 처방해 진료비를 부풀린 일부 동네의원들이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감기 진료비가 평균치와 크게 차이나는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 동네의원 34곳을 대상으로 기획 실사를 벌여 진료비를 허위 또는 부당청구한 4곳을 고발하고 15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S의원은 단순 감기 환자의 84.5%를 증세가 심한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대구 S의원은 96.4%를 '급성 편도선염'으로 바꿔 진료비를 청구했다.

특히 서울 S의원은 가벼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 '오플록사신'을 처방하고 이 내용을 컴퓨터에 기록하면 단순 감기보다 증세가 심한 병명이 자동입력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환자 1명당 평균 1만7000원 수준인 진료비를 3만1900원으로 신청했다는 것.

초기 감기 환자가 '상세불명 급성 세기관지염' '상세불명 만성 기관지염' '혼합성 천식' '상세불명의 알레르기성 비염' 등 여러 가지 질병을 모두 갖고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사례도 확인됐다.

제주 H내과의 경우 감기 환자의 87.1%에게 주사제를, 54.9%에게 항생제를 처방했으나 P의원은 주사제 처방이 0.3%에 그치고 항생제를 전혀 처방하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이번에 조사받은 동네의원의 감기 진료비는 환자 1명당 8623원∼4만2143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만 처방 건당 약품 수는 5, 6개 수준으로 거의 비슷했다.

복지부는 감기 치료시 주사제 사용을 10% 줄이면 최소한 1000억원의 재정절감이 기대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감기위원회'를 만들어 감기 진료와 처방에 대한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절반 이상의 병의원이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주사제를 맞도록 권유하고 병원의 25% 가량은 여전히 신용카드를 이용한 진료비 납부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건강연대는 8월 서울 시내 동네의원 131곳과 병원 68곳을 대상으로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 의료행태'를 조사한 결과 병원의 54.4%, 동네의원의 63.4%가 가벼운 감기 환자에게 주사제를 권유하고 처방했다고 30일 밝혔다.

동네의원의 주사제 처방은 지난해 52.7%에서 10%포인트 가량 늘었는 데 이는 지난해 8월 약사법 개정으로 주사제가 의약분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건강연대는 설명했다.

또 신용카드 이용을 거부하는 병원은 24.2%였고 진료 후 자발적으로 영수증을 떼주는 병원은 66.2%였다. 그러나 동네의원은 환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영수증을 거의 떼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방전 분석 결과 감기 환자에 대한 처방 건당 약품수는 병원 5.09개, 의원 4.92개로 큰 차이가 없었고 환자가 약을 먹는 기간도 병원(2.49일)과 의원(2.25일)이 비슷했다. 평균 약값은 병원(7992원)이 의원(6229원)보다 많았다.

환자에게 재진을 권유하는 의원은 22.1%로 지난해의 13.8%보다 늘어났다.

환자가 말하지 않아도 처방전을 2장 발행해 주는 의원은 15.3%로 지난해 17.6%보다 약간 낮았으나 2장 발급을 요구할 때는 61.8%가 응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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