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정화위가 정화대상이다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43분


학교주변 200m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유흥업소 숙박업소가 들어설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청소년을 유해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국제기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적으로 5만5000여곳의 유해업소들이 학교 바로 옆에서 버젓이 영업 중이다.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는 교육청 산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라는 기구가 예외를 인정할 경우 영업허가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위원회가 유해업소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는데도 거꾸로 허가를 내주는 쪽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평균 허가비율이 70%를 넘고 있다니 10곳이 심의를 신청하면 7곳 이상이 통과된다는 얘기다. 이러니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들이 날로 늘어나고 교육환경은 악화 일로를 걷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들은 등하굣길 자녀들이 뭘 보고 배울까 겁부터 난다. 시민들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이트클럽 반대운동이 상징적인 사례다. 주민들은 학교에서 불과 54m 떨어진 곳에 나이트클럽 허가가 나자 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나이트클럽 규모가 2000평에 이른다고 하니 어떻게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주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학교주변을 정화구역으로 설정하고 나서 한편으로 예외를 인정한 상반된 법 조항이 처음부터 말썽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비판받아야 할 것은 위원회 위원들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해업소를 허용해야 하는 기구가 오히려 유흥업소를 합법화하는 데 앞장선 꼴이기 때문이다.

위원들이 업주들 로비에 노출된 공무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유착 의혹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은 위원회가 투명하고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의 유흥업소 난립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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