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韓-中 이공계 학문교류 깊이 더해가자”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59분


칭화대 왕다중 총장(왼쪽)과 연세대 김우식 총장이 30일 연세대 총장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 변영욱기자
칭화대 왕다중 총장(왼쪽)과 연세대 김우식 총장이 30일 연세대 총장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 변영욱기자

《국내 주요 대학과의 교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내한한 왕다중(王大中) 중국 칭화(淸華)대 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총장실을 방문, 김우식(金雨植) 총장과 세계 최고의 대학을 키우는 방안 등에 대해 1시간반가량 대화를 나눴다. 베이징(北京)에 자리잡고 있는 칭화대는 1911년 설립된 유서 깊은 대학.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공대로 특화했으며 1978년 이과대 문과대 경제대 경영대로 재정비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올 초 중국대학평가에서 베이징대를 누르고 최고 대학의 자리에 오른 명문대. 미래 중국의 지도자를 꿈꾸는 젊은 엘리트가 한번쯤 공부해 보고 싶어하는 최고 선망의 대학이다. 통역은 전인초(全寅初) 연세대 문과대학장이 맡았다.》

김우식 총장〓주룽지(朱鎔基)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 등 칭화대 출신 정치인들이 소위 ‘칭화방(淸華幇)’이라고 불리며 중국 정부의 핵심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근자에 들어서는 칭화대가 베이징대를 누르고 중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학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칭화대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왕다중 총장〓과찬의 말씀입니다. 칭화대가 중국의 저명한 연구중심대학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고 현재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발돋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칭화대에는 현재 학부생 1만2000명, 대학원생 1만명 등 약 2만2000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칭화대는 무엇보다 창조력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의 일류 대학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또 한국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둘러보고 있습니다.

김〓칭화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왕〓세계 일류가 된다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과 우수한 교수가 만나야 합니다. 학생들은 중국의 각 성(省)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 뽑혀오니까 별 신경쓸 것은 없고 학교에서는 무엇보다 미국 등지에서 우수한 교수를 모셔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칭화대는 이공계 중심의 대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우수한 교수를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학생의 창조력을 키우는 비결은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왕〓학생들의 수리 기초능력을 1, 2학년 때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개발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능력이 되는 학생들은 일찍이 연구실험에 투입시켜 창조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학년생이라도 연구계획신청서를 내면 검토를 거쳐 벤처자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연세대 공학원에서는 벤처기업 30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학생들이 그곳에서 실험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로 나가는 통로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칭화대도 40∼50개에 이르는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갖고 있고 이중 퉁팡(同方)과 츠광(慈光) 같은 회사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산학연계가 학교의 재정기반 확충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습니까.

왕〓이들 자회사들은 작년에 10억위안(약 1500억원)의 이윤을 냈지만 학교에서는 회사 자체의 발전을 위해 이윤을 학교로 많이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작년에 학교로 들어온 돈은 1억위안(약 150억원) 정도입니다.

김〓몇 년 전 칭화대를 방문했을 때 학교 게시판에 칭화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인 과학자 양전닝(楊振寧), 리충다오(李崇道)의 업적이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최근 들은 바로는 중국의 대학에서 노벨상을 받기 위한 기획팀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칭화대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내기 위해 특별히 추진하는 일이 있습니까.

왕〓노벨상은 기초 학문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차원에서 노벨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없습니다. 상은 어디까지나 연구의 결과이지 목적일 수 없습니다.

김〓중국은 일찌감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일본은 화학 물리 등의 분야에서 최근 3년 연속 수상자를 냈습니다. 한국은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한명도 내지 못한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자가 20여명 거론된 바 있는데 그 중 연세대 교수가 2명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들을 특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왕〓그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입니다. 중국의 두 노벨상 수상자들은 칭화대 출신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연구해서 상을 받은 것이지 중국에서 연구해 상을 받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19세기 이전까지 한국의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중국에 관심을 가졌고 중국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일본 유학이 많았고 이후에는 미국에 유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한국 학생들 사이에 다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왕〓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요. 최근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게 높아진 것도 사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학생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어나 중국사를 배우기 위해 칭화대에 유학 온 한국 학생은 많습니다만 실제로 칭화대가 가장 자신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이공계 학문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한국 학생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칭화대에 현재 약 300명의 한국 학생이 있지만 대부분 어학연수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공계 학문을 중심으로 상호간 교류의 깊이가 좀더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칭화대는 어떻게 신입생을 선발하나요. 지역 할당제나 기여 입학제 등의 제도가 있습니까.

왕〓해마다 중국의 각 성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칭화대에 입학하는지 통계를 냅니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성별로 신입생 수를 안배하기도 합니다. 가령 신장(新疆)웨이우얼자치구 같은 곳은 적은 수를, 장쑤(江蘇)성이나 저장(浙江)성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많은 수를 배정합니다. 기여입학제는 없습니다. 학교에 돈을 많이 냈다거나 고관의 자녀라고 해서 입학시키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덩야핑이나 국제 수학 올림픽 금상 은상 수상자 등 아주 특별한 경우 ‘특기생’으로 인정해 입학시키는 제도는 있습니다.

김〓칭화대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풍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왕〓글쎄, 시험을 잘 못 보면 당연히 졸업을 못하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닐까요. 학생들 스스로가 각 성에서 1등만 해온 우수한 학생들이어서 경쟁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학풍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김〓칭화대 출신이 중국 지도층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 학교 발전에도 영향을 줍니까.

왕〓칭화대 출신은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과학자 기업가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학교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도움은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김〓재작년부터 연세대에 리더십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연세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든 기관입니다. 금년 초 일본을 방문해 게이오(慶應)대와 릿쿄(立敎)대 총장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의 리더도 좋지만 ‘동북아 리더’를 기르자는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찬성을 해주셨어요. 금년 8월에 게이오대와 릿쿄대 학생 10명씩과 연세대 학생 20명이 리더십 센터에서 합숙을 하며 함께 연수를 했습니다. 겨울에는 범위를 한일에서 한중으로 넓히고 싶습니다. 중국 학생도 한국 학생들과 어울려 리더십 센터에 모여 워크숍을 하고자 하는데요, 총장께서 학생을 추천해주시면 어떨까요.

왕〓리더십센터는 교육기관입니까, 아니면 연구기관입니까.

김〓교육과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기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작업과 학생을 가르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담당교수도 있습니다. 열흘 밤낮을 함께 어울리고, 토론도 하고, 강의도 듣고 이런 과정을 통해 각국의 지도자를 넘어 동북아를 대표할 미래의 지도자들을 기르고 서로 친구가 되게 하자는 거죠.

왕〓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보내주시면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김우식 연세대 총장▲

△1940년 충남 공주 출생

△1961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산업공학과정 이수

△1975년 연세대 공학박사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왕다중 칭화대 총장▲

△1935년 중국 허베이(河北)성 출생

△1958년 칭화대 물리학과 졸업

△1980~1982년 독일 윌리히 핵연구센터 객원연구원

△칭화대 핵공학과 교수, 칭화대 핵에너지 기술연구소장

△중국 핵협회 부회장, 중국 과학원 회원

정리〓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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