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36단독 권순호(權純祜) 판사는 30일 “흉사가 있었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다”며 집을 사기로 한 A씨가 소유주 B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매매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32평형 아파트를 3억7500만원에 사기로 계약한 뒤 B씨에게 계약금으로 37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과 3개월 전에 남편과 함께 이 집에 살던 B씨의 딸이 부부싸움 끝에 남편의 방화로 숨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계약을 취소하려 했으나 B씨는 “A씨의 주장은 주관적인 문제일 뿐이므로고 A씨가 중도금을 내지 않아 계약이 취소된 만큼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서자 소송을 냈다.
권 판사는 “사회통념상 흉사라고 여겨지는 일이 있었던 집에 입주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로 인한 것이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