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가 연루된 각종 이권 및 금품 수수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활동한 것은 대부분 김성환(金盛煥)씨 등 홍업씨의 측근들이었고, 홍업씨는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측면이 더 많았다는 것.
법원은 홍업씨의 측근들이 2000년 새한그룹 전 부회장 이재관(李在寬)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부분은 홍업씨와 공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거성(李巨聖)씨에게서 청탁을 받은 김성환씨가 홍업씨에게 청탁 사실을 보고하고 홍업씨가 “무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도와주라”고 한 점은 인정되지만 홍업씨가 실제 청탁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금품 제공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업씨 등이 99년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받은 13억원 가운데 처음 받은 3억원에 대해서도 홍업씨가 몰랐던 만큼 이 부분 역시 공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씨가 국가 주요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당하게 얻은 돈을 유흥비나 부동산 구입비 등에 사용한 것은 개인 비리의 차원을 넘는다며 준엄하게 나무랐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실망과 불신까지 느끼게 했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불가피했다는 것.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 최종 수정 등을 이유로 선고 시간을 30여분이나 늦추고 홍업씨 등에 대한 양형 이유도 30여분간 자세하게 낭독하는 등 사안의 예민함에 몹시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예전보다 많이 수척해진 모습의 홍업씨는 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정으로 들어오면서 방청석을 여러번 두리번거리며 지인(知人)들을 찾기도 했지만 막상 재판장의 선고가 떨어질 때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법원이 이날 홍업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97년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내려진 1심 형량(3년)보다 다소 높다. 홍업씨의 구형량은 6년인 반면 현철씨는 7년이었고, 홍업씨에게 선고된 벌금 5억원은 현철씨(14억4000만원)보다 적지만 추징금은 각각 5억6000만원과 5억2420만원으로 비슷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1심 선고 직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 석방된 뒤 우여곡절 끝에 재수감 되지 않고 결국 사면된 현철씨 경우처럼 홍업씨도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홍업씨의 경우 동생 홍걸(弘傑)씨가 함께 구속돼 있고 97년과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도 차이가 있어 쉽게 풀려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