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자린고비상' 받은 두부행상 박금단씨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2분


두부 행상을 하는 50대 촌부(村婦)가 1일 ‘올해의 자린고비 상’을 받았다. 충북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박금단씨(朴今丹·57). 박씨는 한달 벌이가 70만원도 채 안되지만 매달 불우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자린 고비’ 박씨의 아침은 어김없이 오전 4시에 시작된다. 전날 물에 담가 밤새 불려 놓은 콩을 갈아 만든 두부를 읍내에 있는 식당에 팔기 위해서다. 6년전부터 시작한 두부 행상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픈 날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하루 매상은 3만원 안팎, 기껏해야 한달 벌이가 70만원도 안되지만 박씨는 지금까지 수백만원을 저축했다. 또 5만원씩을 매달 인근 새마을 금고에 적금을 붓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서다.

박씨는 “1989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렵게 살던 시절 새마을 금고로부터 3남1녀의 학비를 지원 받았다”며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35년전 전남 목포에서 시집온 박씨는 남편이 지병으로 사망한 뒤 1500평의 논 밭을 일구며 식당일과 날품팔이로 생활해 왔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박씨는 세 아들을 모두 대학에 진학시켰다. 박씨의 검소함을 어릴적부터 보아온 자녀들 역시 4㎞가 넘게 떨어진 학교를 한마디 불평 없이 걸어 다녔다.

10평이 채 안되는 박씨의 집은 겨우 비만 피할 정도로 낡았지만 수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밥그릇과 주방도구들도 30년 넘게 쓰고 있다. 장날 읍내까지 한시간 가까이 걸어가는 것은 그에겐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형편에도 박씨는 직접 수확한 쌀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전달하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박씨는 “나보다 더 절약하고 남들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자린고비 상’은 조선 숙종때의 음성지역 실존인물인 조륵(趙勒·1649∼1714)선생의 절약정신과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음성군이 1998년 제정,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음성〓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