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씨 엄낙용 前산은청재 명예훼손 고소 취하

  • 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47분


한광옥(韓光玉)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자신이 산업은행에 4900억원 대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를 취하했다.

한 전 실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고소를 했는데 사건이 정치공방에 이용되면서 고소 유지가 오히려 명예에 계속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판단해 고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한 전 실장은 또 “2000년 6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과정에 내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이근영(李瑾榮·현 금융감독위원장) 당시 산은 총재의 국회 정무위와 재경위 국정감사 증언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 전 실장의 고소 취하와는 무관하게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2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15일 이근영 전 총재와 박상배(朴相培) 산은 부총재 등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

한 전 실장의 고소 취하 배경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감사원이 최근 대출금 사용처 조사에 착수했고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사용처 추적도 예상되는 등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 전 실장이 부담을 느껴 고소를 취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전 실장은 지난달 4일 엄 전 총재가 국회에서 “이 전 산은 총재에게서 ‘2000년 6월 당시 한 전 실장이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대출해 주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자 같은 달 7일 엄 전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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