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검찰총장 퇴임식 "고문은 수치스러운 일"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0분


5일 오후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이임사를 한 뒤 착찹한 표정으로 검찰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변영욱기자
5일 오후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이임사를 한 뒤 착찹한 표정으로 검찰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변영욱기자
“아쉬움은 진하게 남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은 5일 오후 4시반 퇴임식에 앞서 대검 기자실에 들러 “지난 10개월 동안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또 “후임 총장이 임명되면 국민이 검찰을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총장은 퇴임식에서 “범죄에는 추상같되 비록 중죄인이라도 인격체로 존중하고 인간적인 연민을 가져달라”고 간곡하게 검찰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검찰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만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퇴임식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고 그의 목도 다소 메는 듯했다. 퇴임식장을 떠날 때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이에 앞서 이 전 총장은 4일 저녁 대검간부들과 마지막 만찬을 함께 한 뒤 귀갓길에 서울 청담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간에도 검사와 직원들이 범죄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총장은 기자들이 사표를 낸 심경을 묻자 “이번 사건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심려를 끼쳐드려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수치스러운 고문 범행’에 대해 거듭 사죄했다.

그는 옷을 벗기로 결심한 동기에 대해 “피의자가 숨진 원인이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검찰의 최고책임자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검찰은 최고 수사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청와대에서 사표를 반려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에게서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미완으로 남아있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후배 간부와 검사들이 성사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 전 총장은 “지금도 많은 검사가 검찰청의 불을 밝히면서 힘겨운 범죄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들이 주저앉거나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달라”고 말을 맺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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