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한국어교육론 가르치는 벽안의 교수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41분


사진- 서울연합
사진- 서울연합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벽안(碧眼)의 외국인 교수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번 학기부터 1년 초빙 교수로 부임, 대학원에서 한국어로 ‘한국어교육론’을 가르치고 있는 크레그 메릴(43·사진).

서울대 국어교육과는 한국어의 국제화에 발맞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처음 한국어교육전공을 신설한 뒤 외국인 교수를 물색하던 중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메릴 교수를 초빙했다.

메릴 교수는 1978년 한국에 선교사로 2년간 체류했고, 87년 다시 한국에 와 국내 영어교재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인과 결혼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한국어학(韓國語學)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모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그는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외국인 교수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어와 한국어교육론을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다시 한국행을 택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는 한국어를 배운 경험에다 가르친 경험까지 있는 메릴 교수가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의 연구체계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말로 진행되는 한국어교육론 강의에는 국어교육과 대학원생뿐 아니라 국문과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학을 배우고 있는 외국유학생까지 석사과정 27명이 수강하고 있다.

국어교육과 학과장 윤여탁(尹汝卓) 교수는 “메릴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힘든 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비슷한 입장에 있는 외국 유학생들로부터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메릴 교수는 “70년대 미국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10곳도 안됐지만 지금은 100개 이상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30여개의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한국어 교육론을 좀 더 배우고 연구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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