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이번 수능시험 응시생 4만명의 답안지를 표본채점한 결과 점수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2002년 수능과 2003년 수능 비교 2003학년도 수능 표본 채점 결과
특히 재학생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더 떨어진 것으로 보여 재학생과 재수생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상위권 대학에서 고득점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재학생들의 진학지도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가원이 전체 수능 응시자의 6.2%인 4만1134명의 답안지를 표본채점해 내놓은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올 수능에서는 전체수험생의 5개 영역 총점이 인문계는 지난해보다 2.1점, 자연계는 3.0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수가 내려갈 가능성은 일선 학교 수험생들의 답안을 가채점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당초 대표적인 입시학원들은 평균점수가 10∼15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평가원은 상위권 학생들이 1학기 수시모집에서 많이 빠져나가고, 일부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인문계는 사탐을 위주로 공부하고 과탐을 소홀히 하는 반면 자연계는 과탐 위주로 공부하고 사탐을 소홀히 하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관련기사▼ |
- 가채점으로 드러난 영역별 난이도 |
▽평가원 분석= 전체집단의 원점수(400점 만점) 예상평균점수는 인문계가 208.8점으로 지난해보다 2.1점 하락했고 자연계는 236.2점으로 3.0점, 예체능계도 164.1점으로 2.6점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상위 50% 예상평균점수도 영역별로 발표된 성적을 종합해 볼 때 인문계가 작년보다 5.2점, 자연계는 6.2점 떨어져 하락폭이 전체집단보다 큰 것으로 추정되지만 5개 영역 총점 등락폭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
영역별 등락폭은 전체집단 기준으로 △언어= 인문계 0.9점 상승, 자연계 0.2점 하락 △수리= 인문계 0.6점 상승, 자연계 0.7점 상승 △사회탐구= 인문계 4.4점 하락, 자연계 8.1점 하락 △과학탐구= 인문계 0.4점 상승, 자연계 4.4점 상승 △외국어= 인문계 0.4점 상승, 자연계 0.2점 상승 등이다.
평가원은 서울 경기 시험지구에서 4년간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전체집단의 원점수 평균과 유사하면서 연도별 일관성을 보인 3개 시험지구, 48개 시험장을 선정해 표본채점을 실시했으며 원점수 예상평균점수의 오차 범위는 ±3점이다.
▽일선고교 분석= 서울시내 일선고교들에 따르면 재학생들을 상대로 가채점을 해본 결과 수능 성적이 입시기관들의 예상처럼 10∼15점 이상 오른 수험생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지난 9월 모의평가 성적보다 좋지 않은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학고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9월 모의평가 때보다도 점수가 떨어지는 등 점수가 기대 이하로 나왔다"며 "작년에 비하면 조금 쉬웠을지 모르지만 재학생들은 상당히 어렵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외국어고 3학년 주임교사는 "전체적으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특히 언어영역이 어려워 상위권 학생 가운데 의외로 고전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원외국어고 3학년 주임교사는 "중위권은 몰라도 상위권은 10~15점씩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작년에도 처음에는 10점 정도 점수가 떨어진다고 했다가 결국 50~60점씩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