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조릿대 한라산생태계 위협

  • 입력 2002년 11월 7일 17시 48분


국내 식물자원의 보고인 한라산의 생태계가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제주조릿대’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벼 과(科)에 속하는 제주조릿대는 잎 가장자리에 흰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높이 1m 이내로 자라는 대나무의 일종인 제주자생 식물.

제주조릿대는 일반적으로 한라산 해발 400∼1000m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마다 세력이 확장돼 지금은 해발 1800m까지 진출한 상태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등산로인 어리목과 영실 주변 그늘진 숲 속은 이미 제주조릿대의 ‘안방’이 됐으며 해발 1400m이상 초원지대도 제주조릿대로 뒤덮이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부설 한라산연구소는 최근 해발 고도별로 제주조릿대의 서식밀도를 조사한 결과 제주도 전역의 제주조릿대 분포면적이 245㎢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9월 평강식물원 김봉찬(金奉燦) 식물연구소장이 해발 1600m의 영실 등산로 주변 7개지역을 조사한 결과 제주조릿대가 침입하기 전에는 이 지역이 시로미 털진달래 김의털 설앵초 백리향 한라구절초 등 26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지역은 모든 식물이 고사한 채 오로지 제주조릿대 1종만이 서식했다.

김 소장은 “제주조릿대는 6∼7년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후 고사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라산에서는 집단 고사현상이 매우 드물다”며“제주조릿대가 번성하면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백록담을 중심으로 광할하게 발달한 눈향나무 시로미 산철쭉 군락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제주조릿대가 번성한 이유로는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주조릿대의 서식지가 고지대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1980년대 말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서 우마(牛馬)방목을 금지시킨 것도 제주조릿대의 집단 성장을 간접적으로 도왔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한라산연구소는 최근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확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한라산 해발 400∼1800m 사이 소나무림, 낙엽활엽수림, 관목림 등 6개 지역을 선정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소 고정군(高禎君) 책임연구원은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라산의 다양한 식물상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며“한라산 희귀식물 종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인공 이식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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