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되레 하락…‘충격의 고3교실’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20분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서울 이화여고 3학년생들이 7일 학교에서 본보가 발행한 대입수능 문답지를 보면서 확인하고 있다. - 전영한기자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서울 이화여고 3학년생들이 7일 학교에서 본보가 발행한 대입수능 문답지를 보면서 확인하고 있다. - 전영한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7일 오전 전국의 고3 교실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사설 입시기관들이 지난해보다 수능 성적이 10∼15점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학교마다 가채점 결과가 지난해와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나자 학생들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불안한 고3 수험생〓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3학년 16반 교실. 학생들이 ‘10∼15점가량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보도된 조간신문을 펴들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학생들은 “시험이 쉽게 출제됐고 성적이 오른다고 했는데 우리만 성적이 떨어진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사가 나눠준 가채점표에 예상점수를 써넣자마자 8일부터 실시되는 졸업고사의 범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귀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모의고사에서 330점가량을 받아왔다는 이유진양(18)은 “가채점을 해 보니 300점도 안되는 것 같다”며 “언어영역이 너무 어려워 당황하는 바람에 다른 교시 시험까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80점 이상 고득점자가 5명이었던 경기고의 경우 이날 가채점 결과 380점 이상이 올해는 한명도 없고 지난해 8명이었던 370점대는 5명이었다.

한성과학고는 평소 모의고사 때 30여명이나 나오던 380점 이상이 불과 2명이고 370점대도 2, 3명뿐이었으며 경복고도 평소 모의고사에서 380점 이상이 5명가량 됐으나 가채점 결과 380점 이상은 없고 6명의 학생이 370점 이상을 받았을 뿐이다.

현대고 이혜주양(18)은 “언어와 수리영역이 쉽게 나온다고 해서 마음놓고 있었는데 교육 당국에 속은 기분”이라며 “도대체 난이도 조정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학지도 비상〓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성적이 떨어진 데 반해 중위권대가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진학 지도도 어렵게 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의 하향 안전지원과 중위권 대학의 눈치작전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복고 전인길(全寅吉) 교사는 “내신 반영 비율 등을 고려해 앞으로 남은 수시모집에 최대한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논술과 면접 특강을 실시하는 등 대비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3 학력 저하?〓해마다 계속됐던 재수생의 강세가 올해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은 “가채점 결과 재수생 대부분은 성적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중위권은 10점 이상, 상위권은 5점에서 10점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고3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비교적 낮은데다 수능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됨으로써 어려웠던 작년 수능에 맞춰 준비를 해 왔던 재수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설 입시기관들도 올해 수능 성적 예상이 빗나간 것은 예상보다 고3 수험생의 학력이 크게 낮아진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올해 고3 수험생의 수능 평균이 지난해에 비해 10점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20점 이상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3학년 박성익(朴成翊) 교사는 “모의고사를 1년에 4번밖에 못 보는 재학생들이 재수생에 비해 실전 훈련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적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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