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수생 강세에 재학생 "배짱지원 후 내년 기약"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8시 32분


서울 S고 3학년 김모군(18)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가채점을 해 본 결과 328점이 나왔다.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대학진학 배치표를 보면 세칭 명문대 합격이 어려운 수준이지만 그는 고려대나 연세대 정시모집에 ‘배짱 지원’할 계획이다.

김군은 “이번 수능에서 재수생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나도 재수하면 성적이 향상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한 해 늦게 대학에 가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올해 수능시험에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자 미리 재수를 염두에 두고 정시모집에서 자신의 성적보다 높게 배짱 지원하려는 고3 수험생들이 많아 진학지도 교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재학생은 전반적으로 성적이 내려간 반면 재수생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학생들 사이에 “재수하면 무조건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

서울 경복고 전인길 진학부장은 “많은 학생이 자신의 성적보다 10∼20점 정도 높여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기말고사가 끝나고 진학 상담을 시작해야 하는데 무조건 상향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을 어떻게 말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실력에 맞게 지원하면 좋겠지만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나서 지원 점수가 높은 대학에 원서를 써달라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S고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3학년 담임교사는 “지난해 350점을 받은 졸업생이 올해 재수를 해서 368점을 받았고, 300점을 받은 학생은 35점이 올라가는 등 재수생 성적이 올라간 사례가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재수에 미련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선 고교들은 올해 4년제 대학의 진학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서울 K고 교감은 “시험이 어렵고 사고력과 경험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시험 경험과 학습량이 많은 재수생이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시험 유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해마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노량진 등의 재수학원에도 입학상담을 하려는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K학원 관계자는 “수능 다음날부터 학원 등록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20∼30통씩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교육 이재우(李再雨) 교육컨설팅본부장은 “재수생 강세 경향이 있지만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고 재수를 한다고 반드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재학생들이 너무 위축돼 지나치게 하향 지원하거나 거꾸로 배짱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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