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3개월간 직장폐쇄후 본격가동 대동공업

  • 입력 2002년 11월 14일 21시 40분


“‘파업없는 일터’를 만듭시다.”

장기간 노사분규를 겪은 끝에 회사측의 직장폐쇄 조치로 3개월간 조업이 중단됐다가 최근 노사협상이 타결된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논공공단의 대동공업㈜이 14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7만평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의 농기계 생산업체인 이 회사에는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850여명의 임직원들로 오랜만에 웃음과 활기가 넘쳤다. 또 트랙터 및 콤바인 생산공장과 가공부품공장 등 생산시설에서는 자재를 실은 지게차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반(半)제품 상태인 콤바인 등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컨베이어라인도 힘차게 돌아갔다.

“3개월간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지내다 일터로 복귀하니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칩니다. 내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트랙터 및 콤바인 생산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던 150여명의 근로자들은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공장에서 콤바인 탈곡통을 조립하기 위해 연신 볼트와 너트 등을 조이거나 푸는 작업을 하던 생산2팀 근로자 최덕기씨(49)는 “조업중단 초기에는 얘들이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좋아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이 더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2일부터 출근해 조업준비를 해왔다”며 “준비기간 중 시간당 2개 정도 조립하던 콤바인 탈곡통 수가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시간당 4개로 늘어났다”며 밝게 웃었다. 이 공장 인근 생산관리자동화창구 사무실에서는 6, 7명의 직원들이 전화를 하거나 컴퓨터를 만지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사무실 박규석반장(52)은 “동료들간 첫 출근인사는 ‘내년에는 파업없는 일터를 만들자’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가 잘 돼야 노조와 조합원들도 잘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조업중단 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이 회사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적금을 해약하거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기능직 근로자인 박모씨(34)는 “약 1달 동안 건설 및 도로포장 현장 등에서 일당 5만∼6만원을 받으며 일했다”며 “회사에서 고정적으로 받는 급여가 그렇게 소중한줄 몰랐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노조가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에 가입한 뒤 올 3월부터 집단교섭 실시 등을 요구하며 36차례에 걸쳐 노사협상을 벌이면서 5월22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자 8월14일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대동공업은 지난해 매출액 2536억원, 당기순이익 36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내수부진과 조업중단 등으로 매출액 목표를 1800억원 정도로 하향 조정했다.

공장장인 박헌승이사(45)는 “앞으로 노사간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요구 중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짧은 시간 내에 받아들여 근로자들의 불편 등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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