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부터 40여년 동안 ‘지·덕·노·체(知·德·勞·體)’라는 4-H 정신을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는 신금순(申今順·57·대구시 서구 내당동) 경북 및 예천군 4-H 후원회 부회장.
신씨를 만나면 ‘어쩌면 저렇게 다른 사람들과 열심히 더불어 살 수 있을까’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는 1일 열린 제34회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서 석탑산업훈장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상을 받게 됐지만 무척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함께 잘살아보자고 나름대로 발버둥 친 게 무슨 상 받을 일이냐’는 것이다.
“소녀시절이던 50년대 후반 이후 정말 살기가 어려웠어요. 특히 농촌은 더욱 힘겨웠습니다. 그 당시 도입된 4-H 운동은 한줄기 빛이었지요. 이웃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신이 나더라고요. 30리 산길을 걸어다니며 4-H 회의에 참석하고 고민했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는 봉사정신이 맘에 꼭 들었고요.”
신씨는 고향인 경북 예천군 호명면 내신리에 살다가 74년 대구로 이사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대구와 경북 곳곳을 뛰어다니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정성껏 돕고 더불어 잘사는 일이면 무엇이든 고민하는 4-H 운동가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4-H 정신은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여전히 필요한 운동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덕·노·체는 사람 사는 세상의 뿌리예요. 지금도 어릴 적 4-H 운동을 생각하면 가슴이 펄떡 펄떡 뜁니다. 농촌이나 도시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형편 되는대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용기를 북돋우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서 18년째 다방을 운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신씨는 그동안 하루도 가게를 쉬지 않았다. 명절이나 일요일에 밥 먹기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 이 곳은 신씨의 사무실이자 농촌을 살리는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 머리를 맞대는 장소이기도 하다.
20여평의 자그마한 다방 한켠에 모아둔 수십개의 상장과 감사패는 신씨의 ‘이타적(利他的)’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무리 살아가기 어렵더라도 4-H 정신으로 무장하면 두려울 게 없어요. 농촌에 사는 학생들도 4-H 정신으로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농촌은 우리 모두의 뿌리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배고프고 외로운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없어질 때까지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꾸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는 다방의 탁자와 전셋집의 가구 대부분을 칠성시장 재활용품 가게에서 구입하며 단돈 한푼이라도 아껴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위해 재산을 모았더라면 큰 부자가 됐을 법도 한데 그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며 ‘나눔의 철학’을 강조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 신씨는 노점에서 구입한 1000원짜리 립스틱을 쓰고 스타킹도 꿰매 신지만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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