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2회 대구시 문화상(문학부문)을 수상한 시인 이하석(李河石·54·영남일보 논설위원)씨는 “상을 받으면 기쁨보다는 항상 부담부터 느낀다”면서“‘더 잘하라’는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사실주의로 묘사하고 문명이 지닌 문제를 미학적으로 승화시켜 온 시인으로 꼽히는 그는 71년 월간 ‘현대시학’ 시추천을 통해 등단했다.
그는 75년 2인시집 ‘백자도’를 발표한 데 이어 ‘투명한 속(80년)’,‘김씨의 옆 얼굴(84년)’‘우리낯선 사람들(89년)’‘측백나무 울타리(92년)’‘금요일엔 먼데를 본다(96년)’‘녹(2000년)’‘고령을 그리다(2002)’ 등의 시집을 펴냈다.
또 산문 ‘삼국유사의 현장기행(95년)’과 어른을 위한 동화, ‘꽃의 이름을 묻다(98년)’를 펴내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지난 88년 대구문학상을 받았고 90년에는 김수영문학상을, 91년에는 도천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언어를 통해 삶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면 살아가는데 왜 살아가는가, 문학하는데 왜 문학하는가, 시를 쓰는데 왜 시를 쓰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시를 쓰는 것을 ‘작업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그는 “즉흥적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자료를 채집하고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 시작(詩作)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삶의 내면을 시로 승화시켜온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 미래에 대한 전망도 가능하다”며 “모든 사물의 정면보다는 이면에 깃든 진실한 모습을 찾는 자세로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답장 없는 당신께 또 씁니다. 말의 꿈은 간절한 길이며 깃발로 바람뚫고 나가 결빙의 벌판에서 펄럭입니다…(중략)…보고싶습니다. 만나서 안부묻고 함께 뭇사람들 노을 밟아 다진 새벽길 떠나고 싶습니다.그러면 이제사 돌아오는 어둠과 싸워 상처 많은 이들도 만날 것이고 그땐 서로 인사 주고 받겠지요./그리운 이여 한때는 미워하며 서로 금긋고 그 금 넘지 말라고 소리 질렀지만 무릇 금이란 부질없는 것.이 밤 내가 문득 창 밖 내다 볼 때 골목길 돌아가는 그림자가 당신임을 나는 압니다.…(중략)…사랑하는 이여 별빛만 띄우던 어둠 엷어져 동녘하늘에 여명의 불씨 붐빕니다. 거센 바다 파도가 밀어올리는 꿈으로 먹장 구름 속에서도 해가 뜹니다. 우리가 몸부비며 부대꼈던 그 어머니의 어둠이 떠미는 힘으로 집나와 우리가 처음 만났던 아침 노을 가득 담긴 그 바닷가에 새로운 파도로 서서 기다리세요. 곧 갑니다.(새벽의 편지)>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