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교육계 큰 족적 길영희 선생 추모사업 활기

  • 입력 2002년 11월 15일 18시 12분


“선생님은 가셨지만 영원한 참스승으로 남아 한국 교육을 이끌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인천 중구 전동 제물포고의 초대 교장이었던 고(故) 길영희(吉瑛羲·1900∼1984년) 선생의 추모문집 독후감 공모전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서인천소상공인지원센터 조태현 소장(50)의 글이다.

제물포고 동문들로 구성된 ‘길영희 선생 기념사업회’(www.jegonet.com)가 1994년부터 중고생과 대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공모전에서 올해 조씨를 포함한 50명이 입상했다. 시상식은 16일 오전 제물포고 춘추관에서 열린다.

1945년부터 16년 간 제물포고 교장을 맡으며 교육계에 큰 족적을 남긴 길 선생을 기리는 교육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제물포고 동문들은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독후감 공모전과 장학사업, 유필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또 1990년부터 교사들을 대상으로 ‘길영희 교육상’을 시상하고 있다.

1986년에 첫 발행된 그의 추모집은 5판째 증보됐다.

추모집에는 이태희 전 검찰총장의 ‘선이 굵은 길 선생’, 김학준 동아일보사 사장의 ‘잊을 수 없는 인물들’ 등 제자 180여명의 글과 길 선생의 어록, 서신 등이 담겨있다.

그의 기일(忌日)인 3월1일이 되면 매년 200여명의 제자가 충남 예산에 있는 묘소를 찾는다.

길영희 선생 기념사업회의 전직 회장인 심재갑씨(70·전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학식은 사회의 등불이고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고 강조했던 길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길 선생이 1956년부터 교사 없이 시험을 치르도록 한 ‘무감독 시험제’를 처음 실시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남모르게 도와주었던 일을 아직까지 떠올린다.

특히 ‘유한흥국(流汗興國·땀을 흘려야 나라가 발전한다)’을 교육지표로 삼아 교사 신축 때 학생들도 곡괭이와 삽을 들고 공사에 참여하도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길 선생은 1919년 3·1운동에 참가했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교장직에서 물러난 뒤 1969년부터 충남 예산에서 특수학교인 ‘가루실농민학교’를 운영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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