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여학생 구타살해…10대, 사흘 시신방치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56분


10대 청소년 2명이 자신들이 때려 숨지게 한 여학생의 시체를 유기한 집안에서 3일 동안 술과 컴퓨터 게임을 즐기다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7일 모 신인 가수 팬클럽에서 알게 된 홍모양(16·고교 1년)을 때려 숨지게 한 안모군(16·고교1년 중퇴)과 황모군(16·중졸)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살해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여자친구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안군 등은 이달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안군의 자취집에서 “남자 앞에서는 착한 척하면서 여자 앞에선 말을 바꾼다”며 혼숙해온 홍양을 주먹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양은 구타당한 후 뇌진탕 증상을 일으켜 이날 오후 숨진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안군 등은 홍양이 숨진 뒤에도 태연하게 옆방에서 3일간 술을 마시고 컴퓨터 게임을 즐겼으며 15일 오전 시체가 부패하자 냉장고 포장용 종이박스에 넣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체를 덮을 비닐을 구해온 안군 누나의 남자친구가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검거됐다.

대구가 집인 홍양은 11월 초 부산에서 열린 팬클럽행사에서 안군 등을 알게 된 뒤 사건 발생 4, 5일 전에 상경해 안군 등과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사건을 조사한 한 경찰관은 “안군 등이 어떻게 죽은 사람을 옆방에 두고 3일 동안 게임하고 술 마시며 놀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며 “현장검증 내내 히죽히죽 웃는 등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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