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대학 돈붓기홍보전 후유증 우려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9시 49분


부산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사활을 건 홍보전을 펼치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 올 입시부터 수험생이 대학 정원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대학들이 ‘정원 미달’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지역의 수험생은 5만9411명으로 지난해보다 7741명(11.5%) 감소했지만 부산지역 4년제 대학의 정원은 계속 늘어나 현재 3만8000여명 수준이다.

부산지역 밖으로 진학하는 학생과 재수생을 감안하면 부산지역 4년제 대학 전체 경쟁률은 1.3대 1수준이며, 2년제를 포함하면 0.8대 1수준으로 떨어져 대규모 미달 사태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각 대학별로 적게는 4∼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이르는 돈을 홍보비에 쏟아 부으며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진학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향응을 제공하고 해외연수 등의 ‘당근’을 제공하며 학생들을 많이 보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 대학들은 신입생 설명회 때 학교를 찾아온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기 위해 한 차례에 4000만∼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학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신입생 유치 노력에 이어 일부 대학은 학생을 많이 보낸 고교에 교육용 기자재 제공을 약속하고 고교 3학년 담임 모임을 개최해 값비싼 식사와 선물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고교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서는 이렇게 해주던데…”라며 대학측에 은근히 향응과 금품제공을 요구해 일부 대학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 밖에 없고 푸념하기도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학 홍보전은 마치 선거 막판에 부동표를 잡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는 부정선거의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홍보비로 허비된 대학의 교육예산은 결국 지방대학들의 부실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합심해 홍보방법에 대한 방향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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