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카드 복제 거액 빼가, 농협 계좌서 6569만원 인출

  • 입력 2002년 11월 23일 01시 10분


거주지역과 거래점포가 각각 다른 농협 예금주 11명의 계좌에서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지급카드를 이용해 6000여만원을 빼내 가는 금융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집단적으로 현금지급카드의 마그네틱띠가 복제되고 계좌정보와 비밀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보여 피해자와 피해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2일 농협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광주 경기 전남 충남지역의 11개 농협점포에 개설된 11개 예금계좌에서 19일 오후 7시경부터 1시간여 동안 6569만원이 예금주 몰래 인출된 것으로 확인돼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계좌이체와 현금인출이 이뤄진 장소는 하나은행 유성지점과 대전지점, 조흥은행 둔산지점, 국민은행 둔산지점, 서울은행 둔산지점 등 5곳으로 모두 대전에 있다고 농협측은 밝혔다.

피해자들의 현금카드는 하루 출금한도가 70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범인은 다른 사람의 계좌로 이를 송금한 뒤 인출하는 수법으로 한 사람의 계좌에서 최고 3030만원을 빼냈다. 범인은 계좌이체 대상자의 계좌에 있는 잔액도 모두 인출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계좌이체와 현금인출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현금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B씨는 “현금카드를 도난 당하거나 분실한 적이 없으며 비밀번호를 남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모두 현금카드를 잃어버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 조흥은행으로부터 마그네틱띠의 정보와 현금카드에 양각(陽刻)된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 범인은 현금카드 전체가 아닌 마그네틱띠만 불법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협은 “피해자 11명은 모두 농협 점포와 주류(酒類)구매전용카드 가맹점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주류거래과정에서 카드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사실은 농협이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 아니라 21일 일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금카드의 비밀번호가 노출돼 피해를 보았을 때는 배상을 해주지 않는 것이 금융기관의 관행이어서 농협과 피해자들 사이에 마찰이 예상된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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