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경부터 독감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서울과 경기 지역 병의원에는 현재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환자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기도 하고 '병원 만원(滿員) 사태' 때문에 병원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수가 10∼16일에 4.47명으로 '주의' 수준인 3명을 넘어서자 24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표했다.
▽독감유행 실태=일부 동네의원은 독감 및 감기 환자 때문에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환자를 진료했으며 종합병원 응급실에도 독감 및 감기 환자가 몰려들었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 준의원에는 이날 400여명의 독감 의심 환자들이 몰려들었고 환자들은 1∼3시간을 기다려 치료받았다. 최원준(崔原準) 원장은 "환자의 70%가 독감으로 추정되며 11년 동안 환자를 보면서 이같이 많은 환자가 밀려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2동 박가정의원에도 하루 100명 가량이던 외래 환자가 지난주 150여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70% 가량이 독감 의심 환자였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는 '결석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초등학교의 이성택 교사는 "반마다 전체 학생 30여명 중 2, 3명이 결석하고 있으며 5, 6명이 결석하는 반도 있다"고 말했다.
▽유사독감도 급증=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어린이 환자 5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독감과 감기 환자였다.
병원측은 "올해는 겨울이 일찍 찾아와서인지 독감 환자가 많은데다 감기 증세도 독감과 유사할 정도로 지독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감기와 독감을 잇달아 앓거나 유사 독감으로 고생하며 독감에 걸린 것으로 아는 환자도 적지 않다.
서울 양천구 신정2동에 사는 주부 남모씨(37)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고열, 기침, 콧물 때문에 동네의원을 찾았으나 진료 대기자가 많아 병원을 두 번 옮기고 1시간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딸은 독감이 아닌 감기로 진단받았다.
▽독감의 예방 및 치료=독감과 감기는 다른 질환이다.
감기가 리노, 아데노, 로타, 콕사키 등 100여종의 바이러스 중 하나가 코 목 등 상기도(上氣道)의 상피(上皮)세포에만 달라붙어 서서히 콧물 목통증 기침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면, 독감은 오소믹스 바이러스가 허파에 침투해서 갑자기 고열 두통 눈통증 근육통 등이 생겨서 4, 5일 지속된다.
감기는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대증(對症)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독감은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있다.
올해 독감은 예년에 비해 3주 가량 일찍 시작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18건의 바이러스는 모두 '파나마 A형'으로 백신을 맞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흡입하면 앓는 기간을 1∼4일 줄일 수 있다.
국립보건원은 예년보다 100만명 정도 많은 900만명 가량이 예방접종을 받았으나 아직 접종을 받지 않은 65세 이상 노인과 호흡기 질환 및 만성질환자는 가급적 빨리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원 이종구(李鍾求)방역과장은 "독감이 유행할 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피하고 외출 후 귀가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독감에 걸린 것 같으면 가급적 집에서 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