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8일 오전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 국민서약서에 서명하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한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며 “SOFA 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고 7일 토머스 허버드 미 대사에게도 이를 거듭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라는 식으로 주장하면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후보는 이어 경기 양주군에 있는 희생자 심미선양의 집을 방문해 “따님의 억울한 사망으로 인한 가족의 아픈 마음을 씻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인근에 있는 두 여학생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노 후보는 7일 대구 대신동 서문시장 거리유세에서 “(미군 규탄)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불평등한 SOFA를 고치고 부시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그동안 대단히 형식적,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우리 공무원들의 대미 의존적 태도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당선되면 대미관계 책임자들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를 주장하는 태도를 갖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후보가 이날 심미선양 집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며칠 전 노 후보가 9일경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가로채 미리 방문한 것”(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이라고 공박했다.
한편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후보는 8일 성명을 내고 “대선 후보들이 표만 의식하여 다투어 반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듯한 처사는 정치지도자로서 취할 태도가 못된다”며 이회창 노무현 후보를 모두 비판하고 “어떤 경우든 이번 사건이 반미운동으로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