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식대 없으면 부산市政 못하나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7시 36분


9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발표한 부산시와 16개 구 군의 판공비(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서 시민의 혈세를 ‘눈먼 돈’으로 인식해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들 자치단체의 판공비는 낭비요인이 많아 3년전부터 시민단체들이 행정정보공개를 청구, 그 내역이 공개되기 시작됐다.

이날 시민연대가 부산시와 16개 구 군의 판공비 내역을 밝히자 부산시민들은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집행기관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판공비 사용대상이 특정인이나 단체에 편중돼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선 부산시의 2000년도 상반기와 16개 구 군의 2000년도 판공비 사용내역을 보면 총 1만6299건에 금액이 48억1614만여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 중 식대가 52.8%인 8767건(25억4366만여원)이어서 지나치게 많다는 인상을 준다. 다음으로 지원금과 격려금 등이 18.4%(8억8440만여원), 기념품 등이 13%(6억2809만여원), 물품 다과 등이 3.3%(1억5962만여원), 경조사비가 2.6%(1억2738만여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밥값과 술값, 접대비 등을 포함하는 식대비가 없다면 자치단체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오죽했으면 부산시정을 ‘식당업무’라고 비난하겠는가.

물론 감시와 비판을 기본적인 책무로 여기고 있는 언론도 접대대상에 포함돼 있다. 시의 판공비 사용대상은 공무원이 39.3%(3억2696만여원)로 가장 많고, 민간인 18.6%(1억5519만여원), 언론 8.1%(6754만여원) 등의 순이다.

굳이 비싼 곳이 아니더라도 ‘시민의 눈’을 의식해 접대를 하고 접대를 받는다면 ‘건전한’ 예산 집행이 될 수 있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다. 부끄러운 부분은 또 있다.

단체장의 접대 대상이 주로 기관장이나 특정단체, 자치단체의회 의원, 언론 등에 집중돼 있는 반면 불우이웃이나 복지단체 등 소외부분에 대한 지원은 시의 경우 1.2%, 각 구 군은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산집행의 주체는 물론 그 대상들도 판공비가 시민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혈세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