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능 최상위권 ‘언어영역’으로 뚫어라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6시 08분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는 수험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는 수험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모군(18)은 언어영역에서 세 문제를 틀려 수능 만점을 놓쳤다. 자연계열인 이군이 받은 수능 점수는 394.2점.

인문계열의 윤모군(18)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2점짜리 두 문항과 과학탐구에서 1.5점짜리 생물 문항 하나를 놓쳐 394.5점을 받았다.

이군과 윤군 모두 “언어영역은 시간이 부족해 뒷부분에 나온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1 수치는 실제 수치. 2002학년도와 2003학년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학능력시험 총점을 밝히지 않아김영일 교육컨설팅의 추정치를 근거로 한 것임.

올 수능시험에서 수험생들은 1교시 언어영역에서부터 당황했다. 언어영역 만점자는 인문계 여학생 1명뿐이었다. 수능 평균이 전년도보다 66.5점 하락한 2002학년도 수능에서 점수 하락을 주도한 영역은 언어였다. 당시 만점자는 없었다. 언어영역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도 언어는 어려운 과목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수능의 영역별 점수대별 점수차를 분석한 결과 언어영역은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점수차가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위권에 진입하려면 수리영역을, 최상위권에 오르려면 언어영역을 잘해야 한다.”

●기초적인 어휘력 부족

사설 입시전문기관인 김영일교육컨설팅의 분석에 따르면 2003학년도 수능에서 원점수로 400점 만점에 280점을 받은 학생(인문계)의 언어영역 평균 점수는 88.1점인 것으로 추산됐다.

300점인 학생의 언어 점수는 91.6점으로 280점을 받은 학생보다 3.5점을 더 받았다. 360점과 380점을 받은 학생들의 언어영역 점수는 105.1점과 109.8점으로 점수차는 4.7점이었다.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언어영역에서의 점수차는 더 커진 셈이다.

자연계열도 마찬가지였다. 280점과 300점을 받은 학생간 언어영역 점수차는 5.5점이었지만 360점과 380점을 받은 학생들의 경우 그 차이는 7.3점이었다.

이에 비해 수리영역은 전반적으로 점수차가 크지만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그 차이는 작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문계열에서 280점과 300점을 받은 학생의 수리영역의 점수차는 7.2점이지만 360점과 380점을 받은 학생들간 차이는 6.4점으로 줄었다.

외국어영역도 수리와 마찬가지로 인문계와 자연계열 모두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점수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경향은 2002, 2001학년도 수능에서도 확인됐다. 이는 영어보다 국어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시사한다.

김영일 소장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상향 평준화하는 추세”라며 “수리와 언어영역에서 점수 만회의 기회가 더 크다”고 말했다.

왜 수험생들은 영어보다 모국어를 어려워하는 것일까.

경기 성남시 서현고 윤승현 3학년 부장(국어 담당)은 어휘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언어영역은 독해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상위권 학생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어휘력이 부족해 독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영어를 공부하다 막히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 보지만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일은 없다.

이만기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어휘력 부족과 함께 사고력 결여를 지적한다.

“학생들은 컴퓨터 조작 등 기능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고력은 부족하다. 활자화된 책을 읽으며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야 하는데 만화책에 더 가깝다. 수업 시간에도‘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빨리 답이나 알려 달라’고 한다. 또 상위권 학생일수록 영어와 수학에는 매달리면서 언어영역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는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된다. 때문에 국어를 못하면 다른 과목도 잘 할 수 없다.

서울의 S고교에서 사회를 지도하는 A교사는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뜻을 몰라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며 “단어 설명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 시간인지 국어 시간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전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은 귀국 후에는 한결같이 “국어를 잘해야 영어도 잘하게 되더라”고 이야기한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속 김주한 교사에 따르면 “언어는 인식의 틀로 사고 자체를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모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꾸준한 독서와 사전찾기

국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어 교사들은 “풍부한 독서 없이 국어를 잘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사는 특히 ‘의미있는 독서’를 강조했다. 혼자서 책을 읽다 보면 자신에게 친숙한 인식의 틀로 제한된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버리게 된다. 이 같은 독서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며 인식의 틀을 넓히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국어는 공부를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고 안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장기적인 독서 없이 갑자기 언어 능력을 기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어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왕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현고 윤 부장은 국어를 공부할 때 반드시 국어사전을 찾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또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만기 소장도 질적으로 좋은 문제를 접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와 올해 수능의 언어영역 문제가 좋은 문제라며 풀어볼 것을 추천했다. 또 글을 읽을 때는 문단별로 주제문을 생각해보고 글을 다 읽은 후에는 반드시 짧게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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