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大 못갈바엔 중국 유학行" 중위권수험생 붐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9시 35분


“명문대에 못 간다면 차라리 중국 대학을 가겠다.”

대학 수능성적 발표 이후 중국 대학행을 원하는 입시생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주요 도시의 유학원과 중국어학원에는 중국 대학 입학 가능성을 상담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종전의 중국행은 조기유학 또는 대학원 진학이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는 학부과정 진학희망자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비명문대보다는 중국 대학〓올해 수능에서 지방 유명대학 입학이 가능한 성적을 올린 홍기웅군(19·경기 남양주시 동화고 3년)은 중국행을 결심했다.

“성적에 맞춰 어느 대학을 고를지를 부모님과 상의하다 대안으로 중국 대학을 선택했다”는 것. 홍군은 “대(對)중국 교역량이 미국을 앞지를 정도라는 점에서 취업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300점대의 강영준군(19·서울 서대문구 명지고 3년)은 “3학년 800명 중 4, 5명이 중국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경제학이나 무역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박정란양(19·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은 “2007년에 중국 대학을 졸업하면 곧이어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고 2010년에는 세계박람회도 개최되는 등 취업 기회가 훨씬 늘어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칭화(淸華)대에 따르면 학부과정 한국 신입생 수는 2000년 13명, 2001년 30명, 2002년 56명으로 증가세. 상하이 자오퉁(交通))대에도 2000년 7명이던 한국인 신입생이 2001년에는 47명으로 크게 늘었다.

▽중국유학 진학반〓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경희대는 최근 베이징(北京)대와 협약을 맺고 고3 학생을 상대로 한 1년6개월 과정의 베이징대 진학반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베이징대의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다고 경희대측은 밝혔다.

중국어학원인 서울 이얼싼중국문화원은 과천외국어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학원에 중국 대학 진학반을 만들었다. 이 학교 학부모 김은숙씨(41·과천시 별양동)는 “고학력자들의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중국행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왜 가나〓중국이 한국의 제1경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010년 SK그룹의 중국 내 사업규모는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그때면 필요한 인력도 지금의 수십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학비용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것도 원인이다. 북경유학원의 황승호(黃承鎬·40) 원장은 “연간 1000만원 정도면 생활비와 학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산층에서 중국 유학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취업과 사회진출에서 지방대와 비명문대가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는 것도 중국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없나〓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이준식(李浚植·48)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능력보다는 학벌이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며 “출신 대학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이러한 유학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어장벽도 문제다. 이얼싼중국문화원 서정진 팀장(31)은 “중국어 실력이 여의치 않으면 현지 적응과 학업 수행이 매우 어렵고 중국학생과 대등하게 공부하는 기초 어학실력을 기르는 데만 1∼2년이 걸리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중국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위한 지원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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