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5월 학장으로 취임한 뒤 삭막하기 그지없는 의대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메스’ 대신 삽을 들었다.
“의대생들은 주 44시간을 꼬박 수업에 매달리고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는 등 고3 수험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생활이 이렇다보니 꿈많은 나이인데도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듭니다.”
그는 먼저 본관 앞에 야생화 단지를 조성했다. 식물도감을 뒤져 할미꽃, 매발톱 등 27종의 야생화를 구해다 심었다. 본관 옆뜰에는 400여그루의 장미를, 해부학 실험실 건물 옆에는 포르말린 냄새를 없애기 위해 허브를 심었다.
본관과 구관 사이 100여평에는 백일홍, 목련, 단풍, 소나무 등을 심고 ‘자미원(紫薇園)’이라고 이름지었다. 농촌의 풍요로움을 느끼도록 구관 뒷 벽면에 비스듬히 초가지붕을 씌우고 벼와 옥수수를 심기도 했다. 물옥잠을 심고 청개구리를 집어 넣은 돌우물은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1200여명의 의과대생과 동문, 학부모들과 함께 ‘1인당 장미꽃 한그루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 의대 앞 3000여평 부지에 대규모 장미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는 1만그루의 장미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5월에 깜짝 이벤트를 가질 계획이다.
“제자들에게 ‘나눔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동구지역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장미축제를 열 계획입니다.”
전 학장은 “학장 임기가 끝나도 평생 학교의 ‘정원지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