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재활치료 '하늘의 별따기'…병원들 장기입원 거부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42분


대학생 장모씨(24·서울 강북구 미아동)는 3년 전인 99년 11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한때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가까스로 추슬렀지만 그의 앞에는 장애인으로서 제대로 치료조차 받기 힘든 현실이 버티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입원 1, 2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퇴원을 종용했다. 대기 입원환자가 많은 데다 한 환자를 장기 입원시킬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상 입원료를 삭감 당하기 때문이다.

중소 규모의 재활전문 병원은 아예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장씨는 “최근까지 서울 경기 충남 등 전국 7곳의 병원을 돌아다녔다”면서 “퇴원한 뒤 다른 병원에 입원하려면 6개월∼1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한 병원에 입원하면 곧바로 3, 4곳의 병원에 미리 입원 대기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뇌중풍이나 척수손상 등으로 몸이 마비된 환자들이 ‘병원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의 병원 6곳을 돌아다닌 한 사지마비 환자의 부인(41·경기 수원시 용평동)은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1년 반이 넘도록 병원을 찾아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도 장애인 실태 통계’에 따르면 전신 또는 반신 마비된 환자는 전국적으로 25만5000명. 숨은 장애인들까지 포함하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45만명은 될 것으로 재활의학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국내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겨우 2100여명에 불과하다.

국립재활병원 척추손상재활과 이범석(李範錫·38) 과장은 2001년 1월∼2002년 5월 국립재활병원에 입원했던 척수손상 장애인 160여명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3.5개의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개가 넘는 병원을 거친 환자도 적지 않다는 것.

환자들은 떠돌이 신세가 되다보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총 입원기간은 늘고 있다. 척수손상 환자의 경우 평균 입원기간은 14개월로 선진국의 2∼3배 정도로 길다.

또 환자가 병원을 옮기면 처음 2주간은 각종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해 그 때마다 100만∼25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의료비 지출도 늘어난다.

아주대 의대 재활의학과 이일영(李一榮·58) 교수는 “환자가 충분한 기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종합병원마다 별도의 재활병원을 만들고 선진국처럼 중간 규모의 재활시설 등도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재활병원과 연세대 의대 재활병원 입원 환자
뇌중풍133명(45%)
척수손상 79명(27%)
외상성 뇌손상 38명(13%)
기타 45명(15%)
총 인원295명(100%)
2002년 10월 말 현재.

2000년 국내 뇌 및 척수 장애인 현황
뇌중풍20만명
척수손상3만5000명
외상성 뇌손상2만명
자료:보건사회연구원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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