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보통 사람들’이 이번 대선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전국 수만명의 자원봉사자와 선거사무 종사자들이 그들. 공명하고 성숙한 ‘선거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3인의 감회를 들어본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임종섭(林鍾燮·51)씨. 그는 점심값은 물론 교통비까지 자신의 돈을 써가며 선거 감시 활동을 벌인 자원봉사자다.
임씨는 동네사람들부터 ‘대선 관련 모임이 열린다’는 제보를 받을 때마다 뜻을 같이 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뛰어갔다. 불법선거를 감시하고, 선거참여 서명운동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하루 24시간을 선거감시활동에 쏟았다.
자원봉사자들로 동작구 바른선거모임을 만들어 4년째 선거활동을 감시하고 있는 임씨는 “시민 감시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선거가 깨끗해졌고 그 결과 더 나은 정치를 ‘선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의 서희경(徐僖璟·29·여) 부장은 지난 두 달간 투표를 호소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손발이 꽁꽁 얼어붙고 입을 떼기 어려웠지만 이틀에 한 번꼴인 캠페인을 거르지 않았다.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설득할 아이디어를 짜내고 눈길을 끌기 위해 각종 소품도 마련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서 부장은 특히 노숙자들의 투표 참여에 주력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노숙자들에게 투표는 남의 일.
그러나 서 부장의 설득에 노숙자들은 ‘잘 살던’ 옛 시절을 회상하며 투표참여를 약속했다.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노숙자는 전국적으로 100여명. 서 부장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재활 희망을 갖게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권선영(權善永·32) 반장 역시 지난 두 달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사이버 불법선거’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권 반장의 ‘전투지역’은 책상 위에 있는 2대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사이트를 확인하며 흑색선전 비방 불법선거를 잡아냈다. 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비방과 흑색선전은 더욱 난무했다. 하루 40여건을 적발한 날도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의뢰한 탈법 불법에 대해서도 확인 수사를 해야했다. 근무시간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권 반장은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더 엄밀히 감시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002 대선의 ‘공신’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다음 선거에는 더욱 힘을 내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