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대학마다 복수전공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제2전공을 아예 무시하거나 입사원서를 내는 자격 정도로만 인정할 뿐이라는 것.
이와 함께 각 대학도 복수전공자에 대한 학사관리를 허술히 하는 경우가 많아 복수전공을 할 경우 한 가지의 전공도 제대로 배우기 어렵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외면 분위기〓복수전공을 할 경우 부전공과 달리 2개 이상의 전공 분야 학위를 취득하지만 실제 취업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본보 취재팀이 입수한 서울 시내 한 사립대의 복수전공자와 단일전공자의 최근 3년간 취업현황에 따르면 복수학위자의 취업률은 단일전공자보다 오히려 최대 24%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그룹의 인사담당 부장은 “학과 제한이 있는 직군은 지원자의 제1전공을 보고 뽑으며 복수전공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D그룹의 인사팀 과장도 “최근 복수전공자들의 지원이 늘고 있으나 실제 전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제1 전공에 무게를 두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예정인 두모씨(27)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지만 복수전공을 한 동료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D그룹이 12월에 공채를 마친 결과 200여명의 신입사원 중 복수전공 덕을 본 경우는 5%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학사관리 허술〓복수학위가 취업현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복수전공자에 대한 학사관리가 허술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대학은 복수전공을 따기 쉽도록 전공필수 과목을 없애거나 제1전공이든 제2전공이든 40∼60학점만 이수하면 학위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름만 복수전공일 뿐 학생들은 3, 4학년이 배우는 고급과정을 외면하고 기초 과정인 1, 2학년 과목으로 이수학점을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수전공자가 대거 몰리는 일부 인기학과의 경우 학사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학위를 주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성균관대 어문학부의 이준식(李浚植·48·중어중문학) 교수는 “어설픈 복수전공제가 계속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와 기업에 필요한 깊이 있는 소양을 갖추는 데도 실패할 위험이 있다”며 “복수전공제에 대한 보다 심도 높은 검토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수전공제란〓입학 때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양한 학문을 배우려는 학생에게 2개의 전공을 수학할 기회를 주는 제도. 1996년 학부제 도입과 함께 대부분의 대학이 도입하고 있다.
대학마다 운영방법은 다르지만 보통 130∼14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제1전공과 병행해 40∼60학점을 이수하면 또 하나의 전공 학위를 부여한다.
일부 대학은 복수전공자의 경우 4년 졸업 후에 제2전공 학과에서 1년을 더 수강해 5년 만에 복수전공 학위를 주지만 최근에는 이수 학점을 줄여 4년 동안 두 개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도 늘고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