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달 5일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CGV극장에 사제 폭발물이 설치되고 협박전화가 걸려왔던 점, 두 차례에 걸쳐 설치되거나 배달된 폭발물의 크기가 유사하다는 점 등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범인이 2000만원을 요구하는 전화와 편지를 보내긴 했으나 영화배급사간 내부 갈등 혹은 원한관계를 숨기기 위한 위장범행일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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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27일 오후 4시경 소포 속의 책을 열어보던 대표이사 이씨가 책 속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양쪽 손가락에 2도 화상, 얼굴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이씨는 “책상에 놓인 소포 포장을 뜯고 책의 겉표지를 여는 순간 갑자기 ‘파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화약이 폭죽처럼 타올랐고 책장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폭발물은 가로 18㎝, 세로 25㎝, 두께 4㎝의 하드커버 양장으로 된 ‘실록 박정희와 한일회담’이라는 책 속을 가로 11㎝, 세로 12㎝, 깊이 2㎝ 크기로 파낸 부분에 설치되어 있었다.
폭발물은 꼬마 전구에 쓰이는 필라멘트와 건전지 그리고 담배필터 크기의 플라스틱 관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비서 김모씨(25·여)도 “전구가 터질 때 나는 소리가 들려 형광등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폭발물의 잔해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반이 수거해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범인은 책을 황색종이로 싼 뒤 청색 테이프를 십자가 모양으로 포장했다. 발신인은 ‘서울 송파구 김연숙’이라고 볼펜글씨로 쓰여 있었다.
소포는 비서 김씨가 이날 오후 3시반경 건물 3층의 문서수발실에서 이씨 앞으로 온 10여통의 연하장과 함께 가져다 놓았다.
▽왜 누가 그랬나〓경찰은 책 속에 들어있던 A4 용지의 협박편지 내용물을 볼 때 첫 협박 이후의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번 구로구 CGV극장 폭발물 협박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협박편지에는 컴퓨터로 “외(왜) 나를 실망시키지. 간단히 마무리할 수도 있는데. 입금하고 계좌정지 하면 내 모습이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번 계속해봐.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이제부터 계좌를 풀 때까지 계속 터질 거야. 그리고 나를 놀린 죄로 5백(만원) 더 입금하고”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은 이달 초 CGV극장을 겨냥했던 범인이 CGV의 운영회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직접 표적으로 삼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때 CGV극장측과 사업상 또는 개인적 원한이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CJ엔터테인먼트사와 원한관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특히 범인이 전화추적 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잇따라 협박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폭발력의 강도까지 점차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3의 범행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