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에메랄드룸. 경기 용인시에 있는 소망천사원의 ‘천사’ 3명이 선사하는 맑은 노랫소리가 연회장 안에 울려 퍼졌다.
일류 요리사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식사 뒤에는 즐거운 게임과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엄마가 가출한 뒤 아빠에게도 버림받아 3년 전부터 보육시설인 남산원에서 살고 있는 윤지양(가명·12)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서울시내 보육원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 120명을 초청해 신라호텔이 연 이날 ‘꿈나무들의 송년합창’은 이 호텔 김명희(金明姬·여·39) 대리와 표원종(表元鍾·30), 이용선(李容善·31) 주임의 작품.
이들은 사내에서 ‘봉사 코디네이터 삼총사’로 불린다. 총무팀, 인사팀, 면세지원팀 등 각기 다른 부서에서 일하지만 봉사활동 모임을 관리하면서 수시로 각종 자선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후원 받을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한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원이 적을 때는 직접 짐을 나르고 음식도 만든다.
신라호텔의 이웃사랑 캠페인 기간인 연말 연시 때면 더욱 바빠진다. 본래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 두 가지 일을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귀찮기보다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 코디네이터 경력 6년차의 베테랑인 김 대리는 “그동안 불우이웃을 도우며 쏟은 눈물이 한 바가지가 넘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웃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말했다.
이 달에도 굵직한 행사를 3건이나 치렀다. 17일에는 허태학(許泰鶴)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과 함께 중구 예장동 남산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예쁜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이튿날에는 호텔 직원들을 대상으로 1일 호프 티켓을 팔아 모은 700만원으로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송년잔치를 열었다.
이 주임은 “1일 호프 행사 때는 오전 3시 반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한두 푼씩 보태준 동료들의 정성에 피곤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표 주임은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은 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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