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KBS ‘다큐멘터리극장’ 연출 PD 남모씨가 자신을 ‘주사파’로 비방한 월간 ‘한국논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위자료 3000만원 지급과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는 2심 판결 주문은 그 액수와 정정보도 수위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연출한 프로그램의 역사 해석이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 방영 당시(94년) 진보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은 사실”이라며 “피고가 보수 우파 입장에서 ‘KBS가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은 언론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좌와 우의 이념 문제는 국가 운명과 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며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된다”며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하며 상대방의 기본 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 등으로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역사 해석을 주사파의 역사해석으로 단정, 원고를 주사파로 지목한 부분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으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전체 기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인정하고 위자료 배상을 명한 것은 잘못된 판단인 만큼 원고를 주사파로 지목해 명예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만 위자료 액수 등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한국논단이 98년 3월호에서 ‘빨갱이는 선(善), 경찰은 악(惡)으로 연출하는 공영방송 KBS’라는 제목으로 KBS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면서 ‘지난 94년에도 다큐멘터리극장이 이승만을 사대주의자로, 여운형을 민족주의자로 묘사하고 동학란을 북한의 혁명사관에 입각해 분석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재하자 소송을 내 1,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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