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출생한 뒤 두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이주한 김씨는 1995년 한국으로 밀입국해 귀순을 요청했으나 아버지가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김씨는 퇴거명령 취소 소송과 함께 재판부에 “부계혈통주의를 취한 옛 국적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2000년 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국적법이 78년 6월 이후 출생한 사람은 부모 중 한쪽이라도 한국인이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개정됐지만 정작 김씨는 78년 이전에 출생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7년을 끌어온 퇴거명령 취소 소송에서도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기대했던 한국 국적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법원이 “외국인 보호소가 퇴거 명령서 발부가 아닌 구두로 내린 강제퇴거 명령은 무효”라며 행정절차상의 문제만 인정했을 뿐 김씨의 국적 부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던 것.
최근까지 경기 성남시 등지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온 김씨는 “한국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7년을 어렵게 버텨 왔는데 재판부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을 안 한 것이 무척 실망스럽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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