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밀입국 귀순 거부후 강제퇴거명령 탈북자 7년만에 승소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44분


1995년 밀입국해 귀순 요청을 했으나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귀순이 거부돼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김모씨(44)가 7년간의 법정 싸움에서는 승소했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북한에서 출생한 뒤 두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이주한 김씨는 1995년 한국으로 밀입국해 귀순을 요청했으나 아버지가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김씨는 퇴거명령 취소 소송과 함께 재판부에 “부계혈통주의를 취한 옛 국적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2000년 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국적법이 78년 6월 이후 출생한 사람은 부모 중 한쪽이라도 한국인이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개정됐지만 정작 김씨는 78년 이전에 출생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7년을 끌어온 퇴거명령 취소 소송에서도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기대했던 한국 국적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법원이 “외국인 보호소가 퇴거 명령서 발부가 아닌 구두로 내린 강제퇴거 명령은 무효”라며 행정절차상의 문제만 인정했을 뿐 김씨의 국적 부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던 것.

최근까지 경기 성남시 등지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온 김씨는 “한국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7년을 어렵게 버텨 왔는데 재판부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을 안 한 것이 무척 실망스럽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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