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철새 먹이 지원 거부하는 전남도

전남도가 철새 도래지인 해남군 고천암호, 금호호 일대에서 실시되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 계약제도에 대한 예산 지원을 외면해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생물종 다양성 계약제도는 농가가 농작물의 10%를 수확하지 않고 철새 먹이로 남겨둘 경우 ㎡ 당 1000원, 수확 후 논에 물을 가둬 철새 쉼터로 활용하는 농민들에게 ㎡당 15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환경부가 시범 실시하고 있다.

3일 해남군에 따르면 생물종 다양성 계약제도로 철새 먹이가 풍부해지는 등 큰 성과를 거뒀으나 올해는 이 제도를 뒷받침할 예산이 국비 6600만원, 군비 2400만원 등 9000만원이 책정돼 지난해 예산 3억6300만원에 비해 무려 76%가 삭감됐다.

‘철새 먹이’ 예산이 줄어든 것은 전남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비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남군은 지난해 국비 30%, 지방비 70% 부담 원칙에 따라 지방비 가운데 군비를 제외한 1억2700만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전남도가 다른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거부하는 바람에 한푼도 받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제도가 시범 실시된 전북 군산과 경남 창원의 경우 도가 지방비를 부담했는데도 전남도는 이를 외면해 군 재정형편상 올해 예산 삭감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새 예산 감축으로 고천암호 영암호, 금호호 등 3대 담수호 주변의 철새 관리지역은 지난해 165㏊에서 40여㏊ 이하로 대폭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남지역 환경단체인 ‘자연사랑메아리’ 관계자는 “전남도가 지방비 부담을 계속 거부할 경우 고천암호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생태공원과 환경농업특구 지정이 백지화될 수 있다”며 예산지원을 촉구했다.

농민들도 “예산 감축은 철새떼의 농작물 ‘공습’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있다.해남=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