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어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으면 87.8%가 5년 이상 생존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흔히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폐암도 초기에 치료받으면 63%가 완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연세의료원 암센터가 1995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7년 동안 암센터를 찾은 위암 간암 폐암 등 국내 7대 암환자 2만462명을 대상으로 1∼4기의 병기별로 5년 생존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각종 암의 병기별 생존율이 조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암센터 김귀언(金貴彦) 원장은 “암은 걸리면 끝장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암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조기 진단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암 종류별 발생 환자 수는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샘암 등의 순이었으며 이를 통틀어 1기의 5년 생존율은 87.8%, 2기는 62.9%, 3기는 30.5%, 4기는 5.5%였다.
갑상샘암의 경우 조기(1기)에 발견됐을 때 99%가 완치됐으며 4기 때 발견돼도 70%가 완치돼 전체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됐을 때는 90.4%가 완치됐지만 2기 때는 66.3%, 3기 때는 37%로 떨어지고 4기 때 발견되면 고작 4%만 완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간암은 조기에 발견돼도 남자는 42%, 여자는 37%만 5년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계는 암 발생 뒤 5년간 생존하면 암이 완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원장은 “갑상샘암은 암의 진행 속도가 늦은 데다 말기 암이라도 수술이 가능하며 재발이 적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다”며 “반면 간암은 간경변증이 진행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에 발견돼도 이미 간이 많이 손상된 상태라 치료율이 낮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종양학과 노재경(盧在京) 교수는 “위암의 경우 3기 때 5년 생존율이 37%로 미국의 20∼30%보다 높고 일본의 40%와 비슷하다”며 “국내 위암 치료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국내에서 7년에 걸쳐 암의 종류와 병기별로 생존율을 조사했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는 의학자들이 암 관련 기초 및 임상연구를 할 때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센터는 이번 조사를 위해 이곳에서 진료받은 모든 암 환자의 진료기록과 사망진단서를 일일이 조회했으며 6개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환자는 전화와 우편 연락을 통해 확인했다.
정부는 현재 40세 이상 저소득층에 대해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조기검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술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과 암 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부 등에 대한 검진 의무화 등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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