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우리마을 富村으로” 힘찬 우먼파워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28분


“남자들 못지 않게 마을살림을 알차게 꾸려가겠습니다.”

농촌마을에서 이장과 반장, 개발위원장, 새마을 지도자 등 마을 임원직을 모두 여성들이 맡아 화제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 수양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2월28일 주민총회를 열어 6명의 마을 임원을 선출했다. 마을 이장에 고송자씨(53), 반장에 정소심(58), 김분례씨(59), 개발위원장은 박귀례씨(54), 새마을 지도자는 임정심씨(48), 부녀회장에 안영자씨(53) 등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70가구 주민 216명이 논밭 일을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여성파워’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마을 내 유일한 여성조직인 부녀회가 폐비닐 수거와 농약, 퇴비 등 농자재 공동 구입 등 수익사업을 벌여 24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하자 주민의 의식이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기금에서 마을회관을 짓는 데 200만원을 내놓고 이장에게 마을 발전기금으로 250만원을 기탁하는 등 부녀회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민 사이에 ‘여성들에게 마을 임원을 맡겨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부녀회가 주민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이장으로 선출된 고씨의 역할이 컸다.

1996년부터 4년간 전국여성농민회장을 맡았던 고씨는 ‘여성 작목반’을 만들어 비닐하우스에 채소와 화훼를 재배하고 절임배추를 대도시에 내다 팔아 고소득을 올리는 등 마을을 부촌(富村)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고씨는 이장에 선출되자마자 마을 최대 현안인 마을 관통도로 문제에 대한 주민 합의를 이끌어 내 수완을 인정받았다.

고씨는 “여성들이 잘사는 마을로 가꾸자 원로들이 먼저 나서 임원직을 맡아달라고 할 정도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앞으로 도시 소비자와의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는 등 등 각종 소득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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