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교편을 잡은 노 교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많은 장애아들이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체계적인 특수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79년 특수교사(정신지체)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당시 특수학급이 편성된 초등학교가 드물어 장애아를 가르칠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84년 특수학급 2개반이 편성된 축현초교로 발령받자 그는 즉시 전담교사를 지원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지만 개인카드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버릇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획일적인 학습방법은 장애아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개인카드와 적성검사를 통해 파악한 아이들의 성격과 흥미에 맞는 교재와 놀이기구를 만들어 가르치자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노 교장이 9년 동안 100여명의 장애아를 가르치며 개발한 학습자료는 모두 100여종이 넘는다. ‘특수학급 경영의 이론과 실제’ 등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육지침서 등을 발간했으며 91년에는 사재를 털어 지적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지혜의 판’을 제작해 특수학급에 배포했다.
자폐증을 앓았던 곽용준씨(23)의 어머니 신화자씨(46)는 “3년 동안 용준이의 담임을 맡아 말문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려 했던 헌신적인 모습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 교장은 94년 근무지를 남부교육청으로 옮긴 뒤에도 특수교육에 대한 집념을 꺾지 않았다.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를 맡아 ‘특수교사연구회’를 만들어 매달 세미나를 여는 등 학습방법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또 중증장애 때문에 취학하지 못한 아동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가르치는 ‘순회교육’을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실시했다.
2000년 교장으로 승진한 그는 “요즘에는 장애아의 출생원인과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며 “기회가 닿으면 특수학교장을 맡아 더 많은 장애아를 보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노 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제21회 인천교육대상 시상식에서 유아 특수교육 부문 대상을 받았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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